[Y-파일] (우리대학 명강의) 연대 '집단정신공황과 성억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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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2년 한국에서는 문학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만한 해괴한 일이 벌어졌으니. 바로 이 나라 위정자와 보수문단이 의기투합하여 "도덕성"의 잣대로 문학적 상상력을 단죄한 전대미문의 "즐거운 사라" 필화사건이다. 문학의 효용가치가 관능을 포함한 상상력이나 카타르시스(마교수는 정화가아닌 대리배설로 번역한다)가 아닌 도덕적 순치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즐거운 사라" 필화사건은 세상을 온통 외설시비에 휘말리게 함으로써 자유로운 성담론의 기회를 박탈하고 "야한 교수" 마광수의 날개를 꺾는 결과를 낳았다. 연세대 교수신분이 박탈됐고 천여명이 몰려들던 강의조차 폐강됐다. 마광수교수는 현재 시간강사로 국문학과 전공선택 "희곡론"을 강의하고 있다. 철학자 러셀은 "가장 음란한 사회가 가장 금욕주의를 가장한다"고 진단했다. 도덕적 경건주의로 위장한채 성의 자유로운 담론조차 봉쇄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자화상이다. 우리사회 만큼 이중적 자아분열이 극단으로 치닫는 나라가 있을까. 낮 따로 밤 따로식의 야누스적 성문화, 세계화만이 살길이라면서도 윤리와 가치관은 조선시대의 것을 강요하고 있다. 한발은 앞으로 다른 한발은 뒤로 가야만 하는 혼돈의 결과물은? 각종 성범죄율 세계 1위, 매춘여성인구 세계최대 등. 남성의 기기묘묘한 이중적 성윤리, 여성의 성알레르기 등으로 사회전체가 성에 관한한 "집단적 기만증"에 사로잡혀 있다. 초겨울 어느날 오후 5시 30분. 연세대 인문관 102호에서는 4백여명이 강의실을 가득 메운채 "집단적 정신공황과 성억압"이라는 주제로 특강이 마련됐다. "우리사회의 집단적 정신공황은 성욕의 시대에 식욕의 윤리가 강조되는 성억압이 원인이 되고 있어요" 마광수식 사회진단법이다. 밥과 성은 누구도 부정할수 없는 인간실존의 문제. 그러나 밥에 대한 논의는 자유롭지만 성문제 만큼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유희적 성논의 자체가 죄악시되는 분위기다. 이는 성의 신성화를 외치는 보수적 관념우월주의자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진보를 표방하는 세력이나 성불평등 문제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여성운동주의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성억압적 유교전통사상에 미국의 청교도주의가 우리정서에 파고들면서 성알레르기와 성공포를 가중시키고 있다는게 마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건전한 성담론조차 사회적 통념이나 도덕윤리에 의해 억압당하고있으며 기껏 성논의라 봤자 "외설이냐 아니냐"는 식의 흑백논쟁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성해방이나 자유로운 성담론이 마치 성범죄를 부추기고 사회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강박관념이 팽배해요. 이것이 바로 엘리트독재주의적 발상입니다. 나는 역으로 철저한 성해방만이 성범죄를 없애는 것은 물론합리적 이성과 비판력이 생길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교수 강의는 5분에 한번꼴로 폭소가 터진다. "현학적인 표현도 권력이다"는 마교수 지론탓인지 주제는 어려워도 강의내용은 쉽다. 그리고 강의후 아무리 신세대들일지라도 사고방식에서는 마교수보다 고루했음에 자괴심을 느끼게 된다. "마광수텍스트"를 2시간 남짓한 특강에서 다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강의 말미에 한 청강자는 마교수의 성애론에 반박,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마교수의 성애론은 사람에 따라 논란의 여지를 제공한다. 그러나 그의 성애론은 그의 확고한 신념이지 인기추구나 돈벌이 수단은 아니다. 사회 통념에 대한 저항, 그것이 부정적이 아닌 긍정적 통념일지라도 획일화를 경계하고 삐딱하게 반항할수 있는게 마교수가 말하는 자유민주주의의 실체이다. 그래서 답이 하나라고 강요하는 경직된 사회에 마교수는 이런말을 던질지도모른다.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