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관리 경제] "'은행 합병' 언젠가는..."..금융가 큰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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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금융계는 발칵 뒤집혔다. 이날 오전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IMF와의 합의내용중에는 부실은행간 합병이 포함돼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시중에는 2개 대형 시중은행간, 이들중 한 은행과 모지방은행간 합병설이 빠르게 확산돼 나갔다. 그러자 재정경제원이 즉각 진화에 나섰다. 김진표 은행보험심의관은 "그런 내용이 합의문에 포함돼 있지 않았고 그런얘기를 들은 적도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이종구 금융제도담당관도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부실은행간 합병은 대형부실은행의 탄생일 뿐이다.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말했다. 그러나 재경원의 이같은 입장이 인수합병의 가능성 자체를 부인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정부와 IMF측간 합의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는 빠른 시일내에 금융기관퇴출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또 퇴출수단중에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이 인수.합병이다. 따라서 이날 재경원 관계자들이 부인한 것은 부실은행간 합병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이번 협상과정에서 우리 정부와 IMF측이 부실종금사에 대한 영업정지조치와 별도로 은행산업에 대한 폭넓은 구조조정에 합의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 내용은 부실채권의 조기정리와 국제기준에 부합되는 금융기관 건전성의확보 등이다. 당초 강경한 조치를 요구했던 IMF도 이처럼 점진적인 변화를 양해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2일 임창열 부총리가 "은행파산은 절대로 없다"고 강조하고 나선 대목도 뒤집어 보면 인수합병을 통한 구조조정가능성을 더욱 강하게 시사했다는 분석이다. 상황논리도 이같은 심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부 부실은행들은 엄청난 규모의 증자를 단행하지 않고는 자력갱생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성업공사등을 통해 부실채권 일부가 해소된다고는 하지만 경영정상화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렇게 보면 방법은 은행간 M&A를 통한 구조조정밖에 없다는게 금융계의 결론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황들을 떠나 가장 결정적인 것은 3일 발표된 우리정부와 IMF와의 합의내용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우리측은 부실금융기관의 구조조정및 자본확충을 추진하고폐쇄 인수.합병 등의 금융기관 퇴출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임부총리의 말처럼 금융기관파산이나 폐쇄가 없다면 방법은 인수.합병밖에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