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일자) 열쇠는 결국 정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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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불안이 진정되기는 커녕 악화일로다. 9일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한때 달러당 1천4백원을 웃돌았다. 주가는 400선이 붕괴됐고 금리는 이자제한법상의 최고수준인 연 25%를 기록했다. 일반기업은 물론 일부 금융기관들까지도 매일 부도막기에 힘겨운 모습이다. 사실 고금리 유지, 금융긴축, 부실금융기관정리 등 IMF와의 합의사항을 지켜야 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명쾌한 해답을 찾기도 어려운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문제는 IMF의 자금지원을 받기로 결정한 이후 충분히 예견된 것들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이같은 혼란이 정부의 치밀하지 못한 대응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지금부터라도 사태수습의 중심에 서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절실하다고본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외환위기를 불러 온 것 자체가 정부의 판단착오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누차 지적된바 있지만 아직도 허둥대는 모습은 그대로다. 뒷감당은 생각해보지도 않고 느닷없이 9개 종금사를 영업정지시킨 것도 그렇거니와, 그 후속조치마저 실기하고 중구난방이었다. 그러다보니 뒤틀리고 어긋나고 결국 정책에 대한 불신만 더 키워놓은 셈이 됐다. 정부가 금융기관장회의를 열어 여러가지 대응방안을 주문했지만 효과가 없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금융기관 뿐아니라 돈을 맡긴 국민들도 정부를 불신하기는 마찬가지다. 예금지급을 전액 보장한다고 제아무리 강조해도 불안감을 떨칠수 없는 것은 이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어서는 금융시장안정을 되찾기는 힘든 일이다. 불신을 해소하는 첩경은 정부가 허둥대는 모습을 보일게 아니라 국민들이 납득할수 있는 좀더 치밀하고 단호한 대책을 마련해서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IMF협약 실행계획의 후속조치를 신속히 마련해 각 경제주체들을 설득하고 의도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일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같은 정부의 노력을 전제로 금융기관들도 자기 살길만을 찾는 이기적 자세에서 벗어나 국가경제를 살리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일부은행은 자금이 남아돌아도 대출처를 못찾고 있다 한다. 너도 나도 자금확보에만 열을 올린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돈이 돌지 못하고 건실한 기업마저 현금흐름이 좋지 못하면 쓰러지게 된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막말로 돈을 빌려주었다 같이 망할수도 있지만 돈을 움켜쥐고 있어도 함께 망할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정부와 금융기관들이 신뢰회복을 통해 국민들에게 믿음을 줄수있다면 예금동요등 지금의 금융불안은 쉽게 수습되리라 믿는다. 많은 사람들이 말은 쉽지만 될법이나 한 얘기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그러한 상호신뢰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함께 쓰러지는 결과만 가져올수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