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검찰의 안으로 굽는 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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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업자들과 밤새 도박판을 벌이다가 현장에서 적발된 사건이 우리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사건을 보는 검찰의 시각과 태도이다. 이 사건을 두고 검찰내부에선 "재수 없이 걸린 케이스"란 동정론과 "할말이따로 없다. 창피할 뿐이다"는 반성론이 팽팽히 맞서 있다. 그 수를 헤아려 보진 않았지만 나라경제의 파탄을 나 몰라라 하고 도박판을벌인 해당검사를 나무라는 목소리가 더 커 보인다. 법무부도 "국가경제의 위기상황에서 현직 검사가 이같은 물의를 빚어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이 검사의 사표를 즉각 수리했다. 그렇지만 기실 검찰 내부의 대응방법은 사뭇 다르다. 검찰은 물의를 일으킨 검사가 전문도박꾼이 아닌데다 도주우려가 없다며 불구속수사방침을 밝혔다. 또 현장에서 1천9백여만원을 압수했으며 이돈 중 상당수는 호주머니에 있던 것을 포함시켰다는 부연설명도 붙였다. 통상 도박판의 경우 한판에 오가는 액수에 횟수를 곱해 이른바 "판돈"을 계산하는데 이번에는 판돈의 판자도 검찰은 거론하지 않았다. 김태정 검찰총장은 지난 6일 기강확립을 위한 특별지시를 일선 검찰에 내린바 있다. 그후 하루도 안돼 터진 이번 사건은 현직 검사가 골프를 치기 위해 놀러갔다가 도박을 벌인 것이어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현장에선 그토록 소중한 외화도 상당수 발견됐다. IMF 한파에 가슴을 옥죄고 있는 국민들의 정서와 정반대의 행태를 벌였다고볼 수 있다. 그런 그를 한 식구라고 껴앉아 주는 게 진정 검찰의 구겨진 이미지를 회복시키는 것으로 검찰 수뇌부는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정직이 가장 큰 방칙이란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남궁덕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