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 상품전략] (중) '가격을 낮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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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머니가 가벼워지면 소비자들은 가격에 민감해진다. 따라서 불황기극복 상품개발전략 제1조는 저가상품개발이다. 가장 기본적이면서 고전적인 방법이다. 상품동향과 관련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일본잡지 "트렌디"는 87년 버블붕괴이후 10년간의 일본최고 히트상품들을 정리하면서 이 기간을 "가격파괴의 10년"으로 정의했다. 불황기 10년간 가장 위력을 발휘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저가상품들이었다는 결론이다. 소비자의 저가지향에 발맞춰 성공한 대표적인 예는 무궁무진하지만 대표적인 것은 할인점과 여기에 입점한 저가형상품들이다. 국내 할인점들은 숫적으로도 엄청나게 늘었지만 매장별 매출로 보더라도 30%이상 증가했다. 반면 고급품 위주인 백화점은 올해 대형 소형 가릴 것없이 마이너스성장을 면치 못했다. 전문가들은 할인점강세, 백화점약세현상은 내년에 더욱 심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향후 3년내 1백여개의 할인점이 새로 생겨날 전망이다. 제조업체들도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제품개발전략이 필요하다. 백화점들이 광고판촉비를 완전 절감, 일반제품보다 30%이상가격을 낮춰 내놓은 PB(자체상표)제품들이 인기를 끌고있다. 일본의 양판점 다이에는 20인치칼러TV를 PB상품으로 개발, 2만9천엔에 내놓아 대히트한 것도 저가지향의 성공사례다. 과학적인 마케팅력을 자랑하는 맥도날드사는 지난 95년 외식수요가 급격히 줄었을 때 1백엔짜리 햄버거를 80엔으로 낮추고 이름도 아예 "80엔 햄버거"로정했다. 낮은 가격이지만 많이 팔려 전년도 2천5백엔보다 24%나 많은 3천1백엔어치가 판매됐다. 맥도날드는 이전략을 우리나라에도 도입, 1천원이면 한끼를 푸짐하게 책임진다는 판촉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 LG 대우등 전자회사들이 기본기능을 강조하는 것도 한편으로는 저가지향과 많은 연관을 갖고있다. 별 쓸모없는 기능들을 없애 제조원가를 낮추겠다는 저가전략을 포함하고있다. 그렇다고 저가만이 불황극복의 금과옥조는 아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불황기일수록 고품질제품을 내놓아야할 경우도 있다. 재정경제원의 소비구조의 변화와 체감경기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불황기에 중간층의 가격대 상품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고급품에 대한 수요와 매출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의 불황기와는 달리 90년대 불황기에는 소비자들이 고급제품만 신중히 구매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LG전자의 아하프리는 중저가제품이 시장을 휩쓸며 거의 포화상태에 미니카세트시장에 16만원대의 고급제품으로 대히트한 제품이다. 제일제당의 햇반도 1천원의 고가격에도 불구하고 고품질의 무기를 내세워 올해 식품분야 최대의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특히 이러한 고품질전략은 개별상품뿐만 아니라 전체 브랜드 나아가 기업의 이미지까지 중시하는 대기업에게 적합한 상품전략이다. 그러나 불황기의 대세는 유통 제조업체를 막론하고 가격파괴를 내세운 초저가제품이다. 미국 일본의 경우 중국 동남아지역에서 들어오는 값싼 수입품이 강력한 경쟁자로 대두됐다. 전문가들은 제판동맹, 물류비절감, 수익성없는 품종단절등을 통한 제조업체들의 가격인하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