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산업 "최대 위기" .. IMF 한파속 총체적 수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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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산업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재고누적에다 만도기계 등 일부부품업체의 조업차질로 완성차업계가 부분적으로 공장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내수는 얼어붙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자금지원으로 구조조정압력은 거세지고 있다. 무이자할부판매를 통한 출혈경쟁으로 수익성은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환율상승으로 수출여건이 좋아지고 있지만 금융지원이 안돼 호기를 놓칠 판이다. 납품업체가 흔들린다 국내 최대자동차업체인 만도기계가 23일부터 이틀간 조업을 중단함에 따라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가 곧바로 생산라인을 세웠다. 만도기계의 조업재개로 이들 업계도 26일부터 생산을 재개했지만 언제 조업에 차질이 빚어질지 살얼음판같은 불안한 상황이다. 쌍용자동차는 재고가 누적된 상황에서 만도기계의 조업차질이 빚어지자 26일부터 생산직사원들이 조기휴무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도 조기휴무문제등을 놓고 29일 노사협의를 할 예정이다. 기아자동차는 이미 이달들어 라인가동이 불규칙했다. 파워기어를 납품하는 TRW나 타이어를 납품하는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가 납품대금을 현금으로 결제해달라고 요구하며 한때 부품공급을 중단, 공장가동이 차질을 빚었었다. 극도의 금융긴축과 완성차업계의 자금난으로 부품업체들의 생존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부품업체-완성차업계로 이어지는 생산연결고리가 위협받고 있다. 내수가 얼어붙고 있다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외환위기로 내수가 얼어붙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연말에나 하던 무이자할부판매 등을 하반기초부터 앞당겨 실시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기아경제연구소추정에 따르면 올해 자동차내수는 1백51만1백대. 작년보다 8.1% 줄어든 규모다. 마이너스성장은 17년만에 처음이다. 문제는 내년 전망이 더 어둡다는 점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내년 자동차내수규모가 1백22만대에 달해 올해보다 20% 줄 것으로 전망했었다. 지속되는 경기침체, 대량실업, 자동차관련 세금및 유가인상 등이 내수억제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자동차업계는 20% 감소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위기감을 보이고있다. 업계 회장단은 27일 간담회에서 내년 내수가 30-50% 감소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에따라 사업계획자체를 짜지 못할 정도다. 현대자동차나 대우자동차는 내년 판매목표를 세웠다가 고치는 수정작업을 수없이 하고 있다. 상황이 워낙 좋지않기 때문에 한달후 목표만을 정하는 월별관리를 할수밖에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수익성이 악화된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무리한 출혈경쟁으로 수익성이 날로 악화되고있다. 제살깎아먹기식 무이자할부판매를 계속함에 따라 완성차업계의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지난 95년 0.2%에 그쳤던 자동차업계의 매출액순이익률은 96년 마이너스 0.44%로 떨어졌고 올해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업계회장단은 27일 간담회에서 무이자할부판매 등을 자제키로 했다. 그러나 그같은 약속이 번번이 깨졌기 때문에 내년에도 얼마나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구조조정압력이 거세다 IMF시대에 들어서 자동차업계가 안팎으로 거센 구조조정압력에 시달리고있다. 과잉투자를 해소하고 국제경쟁력을 갖추기위해 내부에서 필요성이 거론되던구조조정이 IMF 자금지원을 틈탄 선진국의 압력으로 화급한 현안으로 대두됐다. 관심은 기아자동차와 삼성자동차. 기아가 자력회생할수 있을지, 삼성자동차가 막대한 추가자금을 쏟으면서 자동차산업을 계속 할수 있을지가 주목거리다. 미국의 GM이나 기아자동차의 해외최대주주인 포드가 이같은 구조조정에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GM은 한국시장에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자동차와 대우자동차를 주시하고 있다는게 업계의 추측이다. 기아자동차의 해외최대주주인 포드는 산업은행이 기아자동차에 대한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출자전환)한후 이 주식을 팔때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혀기아처리의 새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수출여건은 좋아지고 있다지만 환율폭등을 수출여건이 호전되고 있다. 달러표시 수출가격을 내려 가격경쟁력을 높일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광고여력도 늘고 있다. 그러나 호기를 제대로 활용할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아경제연구소는 IMF 구제금융으로 인한 대외신인도하락, 동남아시아금융위기, 남기국가의 외환위기가능성등이 수출증가요인을 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진국업체들의 견제도 수출극대화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대책은 없는가 현재의 외환위기가 진정돼야만 자동차업계의 정상화도 가능해진다. 당장 문제가 되고있는 만도기계의 정상화나 기아자동차에 대한정부의 지원약속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도 외환위기를 넘겨야만 된다. 외환위기를 넘기더라도 자동차업계의 정상화는 산 넘어 산이다. 과잉투자를 해소할수있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수익성위주의 내핍경영이 시급하다. 이에따라 내년 2월 들어서는 새정부가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을 어떻게 유도해 나갈지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