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주평] '나의 장미빛 인생' .. '집단이기' 섬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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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장미빛 인생"은 일탈의 어려움을 얘기하는 영화다. 주인공은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소년 루도빅. 어깨를 으쓱거리며 권총놀이를 하기보다는 머리에 꽃을 달고 고운 여자옷을 입고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어하는 그가 겪는 어려움을 통해 우리 사회의 획일성을 비판한다. 동성애는 암시조차 하지 않는다. 보여주는 것은 단지 "나는 원래 여자로 태어날 아이인데 하느님의 실수로 Y염색체가 빠져 남자가 됐다"고 생각하는 아이의 좌충우돌하는 모습. 아이를 둘러싼 사회(작은 마을)는 군중심리를 동원해 일탈행동에 대해 돌팔매질한다. 처음에 부모를 위로하던 이웃들이 밤에 몰래 대문에 "변태는 떠나라"는 낙서를 하고 학교를 그만두게 하더니 급기야 아버지를 직장에서 해고되게 하는 것은 집단이기주의의 전형적인 모습. 비판은 명확하지만 형식은 결코 격렬하지 않다. 주된 색조는 분홍색 하늘색 등 파스텔톤. 뭉게구름위를 날아다니며 루도빅을 위로하는 바비인형과 장미꽃밭은 유혹적이다. 실사와 컴퓨터그래픽을 교차한 환상적인 화면은 동화같은 느낌을 준다. 어린이가 주인공이지만 "뽀네뜨" "콜리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동심예찬"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우회적으로 표현한 전체주의 비판에 가깝다. 감독은 벨기에 출신의 알랭 베를리네. 그래픽과 애니메이션으로 출발한 감독이다. 영화는 프랑스 영국 벨기에 합작. 97년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출품되고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 대상을 받았다. 98년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도 올라 있다. 24일 코아아트홀 개봉.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