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초대석] 데이비드 <전 중남미지역담당 국장>

"한국이 하루빨리 국제 신인도를 회복하고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경제정책과 정보에 대한 투명성 제고가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지난 16일 시장상황을 둘러보기위해 서울을 찾은 데이비드 전(37) 미베어스턴스사 중남미지역담당 국장은 "상황이 좋든 나쁘든 외환보유고 등 주요 경제정보를 정확하고 투명하게 밝혀야 외국투자가들이 신뢰감을 갖고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인출신인 전 국장은 미 민간경제연구소인 컨퍼런스보드에서 5년간 근무한 후 80년대말 미5대 투자회사인 베어스턴스(BEAR STERNS)로 옮겨 중남미지역만을 담당해온 중남미통이다. 지난 94년 멕시코 금융위기를 직접 목격한 전국장은 "한 국가에 국한됐던 멕시코사태와 아시아전체를 휩쓸고 있는 지금의 금융위기를 비교하기는 곤란하다"며 "그러나 금융산업구조개편 등 한국이 멕시코사태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적지않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멕시코는 금융위기사태 발생직후 그 원인을 철저하게 진단하고 부실금융기관정리 등 대책을 서둘러 마련한 덕분에 보다 빨리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눈앞의 위기만 넘기기위해 손쉬운 임시방편책만 찾고 원인분석을 소홀히 할 경우 제2, 제3의 위기는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는게 그 이유다. 이같은 단기적인 처방외 중장기적인 대책으로 물가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목표를 "뜬 구름 잡는 식"이 아니라 "보수적이면서 구체적으로" 세워간 것도 외국투자가 설득에 큰 효과를 봤다고 덧붙였다. 멕시코는 또한 금융위기사태 이전에는 일년에 한두차례 형식적으로만 발표하던 외환보유고상황을 매주 1회로 늘려 공시하는 등 주요 경제정책의 투명성제고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나름대로 아시아 금융위기의 원인을 공공및 민간부문의 무분별하고 비효율적인 과잉투자 탓으로 돌린 전국장은 "최근 몇년간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이익없는 곳에는 투자하지 않는 초긴축정책을 펴나가고 있다""아시아국가들도 이같은 세계적인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미리 손을 썼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번 금융위기는 한국이 언젠가 한번은 "건너야 할 다리"라고 밝힌 그는 "이번 위기를 한국의 경제체질을 더욱 튼튼하게 다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