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7일자) 원자재 수급난 과연 풀릴까
입력
수정
경제위기극복을 위해 화급을 다투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특히 원자재수급을 안정시키는 일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 하겠다. 원자재 구득난이 해소되지 않으면 생산과 수출에 차질이 생겨 무역수지 흑자유지 등의 정책목표 달성을 어렵게 할 뿐더러 나아가 물가상승 환율불안등 경제난 가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16일 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기업의 원자재 구득난해소를 위한 범정부적 종합대책을 마련한 것도 최근의 상황을 그대로 방치했다가는멀지않아 원자재 대란과 같은 최악의 상황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날 회의에서 마련된 원자재수급안정 대책은 지난해 11월 이후 시작된 전반적인 원자재의 수입차질을 개선하기 위해 그동안 정부가 내놓았던 단편적인 조치들에 비해 훨씬 더 종합적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원자재 구입자금으로 "중소기업 창업및 진흥기금"에서 1천억원을 지원하고 조달청으로 하여금 "정부비축자금" 1천억원을 사용,중소기업용 원자재의 조기도입을 추진키로 하는 등 주로 중소기업의 애로타개에 초점을 둔 것은 문제의 핵심을 파악한 대책이라고 할수 있다. 최근 정부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주요 원자재의 재고수준은 적정량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원유 가스 등 에너지는 경기침체와 소비절약 덕분에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지만 원피 원면 등은 적정재고의 절반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주석은 아예 재고가 바닥난 상태다. 이들 품목관련 산업의 가동률은 지난해 12월이후 40~60%까지 저하됐다. 고철 전기동 알루미늄괴는 건설경기 침체로 지금은 큰 문제가 없으나 건축성수기인 3월 이후 공급부족이 예상된다. 중소기업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하다. 조사대상 기업의 60%가 원자재 소요량의 절반도 확보하지 못해 조업중단 위기에 처해 있다. 환율급등으로 원자재시세가 1년전에 비해 두배 가까이 오른데다 그나마 수입량 부족으로 웃돈을 주고도 제때에 확보할수 없기 때문이다. 환율상승으로 우리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되살아나 수출주문이 몰리고 있으나 원자재가 없어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의 수출환어음 매입은 많이 개선됐으나 수입신용장 개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라고 한다. 이번 대책이 중소기업에 대한 원자재구매자금 지원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은행의 수입신용장 개설 거부에 대한 적절한 대응조치를 포함하지 않은 것은 종합대책의 실효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은행이 신용장개설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사정에 대해서도 적절한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또 유통업자들의 부당한 원자재가격 인상행위나 출고조절 불공정행위 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감시와 행정지도를 펴야 할 것이다. 대책도 중요하지만 이행여부를 철저히 체크해 대책의 실질적 효과를 높이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