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두레와 품앗이 .. 장철훈 <조흥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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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지만 옛날 농사를 천하의 근본으로 삼던 시절부터우리에게는 두레와 품앗이라는 훌륭한 공동체의 미덕이 전해져 오고 있다. 오로지 인간의 노동력만으로 농사를 지어야 했던 그 시절, 옛 선조들은 모내기, 벼베기와 같이 대규모 노동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필요가 있을 때두레와 품앗이를 조직하고 일의 순서를 정해 마을 전체의 농사를 공동으로지어 왔다. 이때 일의 순번을 정함에 있어서는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 쟁기질 등 힘든일을 하는 사람의 집을 가장 먼저 배려했으며 공동의 작업은 엄격한 규율아래 진행되어 일뿐만 아니라 휴식에도 일사불란한 단체행동을 취했다고 한다. 공동의 이익을 위해 서로의 이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미덕, 약하고 어려운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미덕, 그리고 뜻을 모은 후엔 서로의 나태와 게으름을 방지하는 상호규제의 정신 등 두레와 품앗이에 담겨 있는 공동체 정신은 오늘날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후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공동체 정신을 상실하고 저마다 자기 논부터 일을 해야 한다고 다투다가 결국은 모내기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외환위기 극복, 국가 경쟁력 회복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 이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급한 일, 어려운 일의 순서를 정해 국민 모두의 힘을 모아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방관자가 생기지 않도록 상호규제의 정신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두레와 품앗이의 정신이 새삼스럽게 그리운 것은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