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서울시 건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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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학자 혜곡 최순우(1916~84) 선생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통해 국내 목조건축중 가장 오래된 부석사 무량수전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적었다. "기둥 높이와 굵기, 사뿐히 고개를 든 지붕추녀의 곡선과 그 기둥이 주는 조화, 간결하면서도 역학적이며 기능에 충실한 추심포의 아름다움, 문창살 문지방 하나에도 나타나 있는 비례의 상쾌함이 이를 데 없다" 아름다운 건축은 이처럼 먼 후세의 사람까지 감동시킨다. "차고는 건물이고 대성당은 건축이다"라는 N 페프스너의 말은 단순한 건물과 건축의 차이를 명료하게 알려준다. 건축의 요소는 흔히 예술적 감흥을 일으키는 형태, 견실한 구조기술,편리성과 유용성 등 세가지로 정의된다. 건축은 또 공공예술의 성격을 지닌다. 건축물은 일단 세워지면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의 소유물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공유물이 된다는 점에서 미술품과 다르다. 아름답고 튼튼하고 실용적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주위 환경과도 잘 조화돼야 좋은 건축물이 되는 셈이다. 21세기 현대건축은 여기에 인텔리전트라는 또하나의 요소를 필요로 한다. 컴퓨터의 대중화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기존의 건축요소에 자동화설비는물론이고 지역통신망(LAN)과 부가가치통신망(VAN) 인공위성 방송통신망 등 빌딩 내외의 원활한 정보교류를 위한 최첨단 설비가 추가되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준공된 한국경제신문사 새사옥이 제16회 서울시건축상 금상을받았다. 원형과 박스를 적절히 조화시켜 아름답고 독특한 하이테크건축 이미지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많은 점수를 얻었다고 한다. 국내에서 처음 외부마감재로 1백% 국산 스테인리스를 사용한 점이나 최첨단인텔리전트빌딩으로 설계하되 전통건축의 격자창 이미지를 차용,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꾀한 점등도 높이 평가됐다는 설명이다. 획일적인 직육면체로 가득한 서울에 먼훗날 누군가 이땅에 먼저 살다 간 사람들의 생각과 숨소리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답고 개성있는 건물이 보다 많이 생겼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