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3일자) 실업대책의 생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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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1백만명으로 예상한 올해 실업자수가 이달말이면 이미 1백50만명에 이르고 연말까지는 2백만명이 넘을 것이 거의 확실해짐에 따라 보다 과감한실업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연평균 예상실업자수 1백30만명중 1백만명 이상이 실업급여를 받을수 없을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에따라 정부는 좀더 많은 실업자에게 실업급여의 혜택을 주기 위해 실업급여 수혜자격요건인 고용보험 가입기간을 현행 12개월에서 6개월로 줄이고 고용보험 적용대상을 5인이상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한편, 실업급여 지급기간도 최장 6개월에서 9개월로 연장해줄 계획이다. 이를 위해 관계당국은 현재 임금총액의 0.6%인 고용보험료율을 1%로 올려 약 5천억원을 추가로 조달할 예정이다. 우리는 이같은 일련의 정부방침에 기본적으로 공감한다. 대량 실업사태와 이에 따른 심각한 사회적인 충격을 완화시켜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족한 재원을 어떻게 차질없이 조달하느냐는 것과 조성된 자금을 어떤 용도로 지출해야 가장 효율적이냐는 두가지 점에서 정부의 실업대책은문제가 없지도 않다고 본다. 현재 5조원의 실업대책 예산중 고용보험기금이 2조1백44억원, 비실명 장기채권발행이 1조6천억원, 세계은행 차관도입이 1조원이며 이들이 재원조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2%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이중에서 표면금리 연 7.5%의 조건으로 발행되는 비실명 장기채가 금융시장에서 과연 얼마나 소화될지 의문이다. 이렇게 재원조달이 어려운데 비해 실업대책 예산은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실업자 생계지원비로 책정돼 있는 2조8천4백45억원은 1백만명의 실업자에게한달평균 47만원씩 6개월동안 지원해주면 바닥이 난다. 그러나 유례없는 불황과 도산사태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남기 급급한 기업형편에서는 아무리 명분있는 일이라 해도 고용보험료율인상이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특히 신규고용에 따른 기업부담이 무거워지면 미국의 예에서 보듯이 비록 경기가 회복된다 해도 실업자수가 급격히 줄지는 않을 염려가 있다. 명목급여 삭감과 물가상승으로 실질소득이 크게 줄어든 가계입장에서도 고용보험료율 인상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최장 실업급여기간을 6개월에서 9개월로 늘리려는것 또한 소요재원과 기대효과를 대비할때 과연 효율적이라고 할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실업급여지급은 응급처방일뿐 근본적인 실업대책은 될수 없기 때문이다. 고용보험의 지급능력등을 감안하면 나이 퇴직금액수 실업기간 기타소득 등을 고려해 지원대상을 제한하거나 차등하는것이 오히려 타당할지 모른다. 우리는 현시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실업대책은 적자재정을 편성하는 일이 있더라도 사회간접자본확충 등 대규모 공공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실업대책도 보다 생산적이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