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일자) 연구소를 뛰게 해야 한다

기술개발 일선 현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어 걱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로 기업연구소들의 기술개발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홍릉 대덕연구단지의 정부연구소마저 금년 계획조차 못세우고 있다 한다. 재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기술개발예산의 30~50%감축과 인원축소는물론 교육 및 학술단체예산 등을 삭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기업연구소들은 연구원 사택과 부지매각까지 서두르고 있다. 기업경쟁력의 기반이 됐던 연구개발부문을 스스로 허물고 있는 형국이다. 이 와중에 과학기술부 산하 출연연구소들마저 연구개발에 정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새정부가 출범당시 과학기술처를 과학기술부로 바꾼 것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 그 기능을 강화시키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부승격 한달이 넘도록 산하연구소들의 금년계획조차 확정짓지 못한 허송세월은 납득이 어렵다. 더욱이 오는 5월까지 잡혀있는 연구기관에 대한 인력 조직 예산관련 감사는 자칫 상반기내 연구착수도 어렵게 할 가능성마저 있다고 한다. 대학도 IMF한파로 재정이 더욱 악화되어 자체연구비마련이 힘든데다가 산업체 등 외부지원까지 줄어 대학내 고급과학두뇌 활용은 별도의 조치가 없는한 상당기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방문, IMF관리체제 극복은 수출증대 수입감소 외자도입확대에 있다고 밝히고 이 모든 문제의 해결에 과학기술인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바 있다. 이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제약업계에서 개발기술을 팔아 현 위기를 극복하려는 기업이 나오고 있다. 얼마전 한 그룹기업이 첨단기술을 보유한 사업체를 외국에 매각한 경우도 있다. 기술매각이 외화획득으로 연결된 사례다. 과학기술부는 부승격의 뜻을 살려 국가연구개발의 활성화를 서둘러야 할것이다. 우선 대덕단지부터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장관이 연구기관 통폐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지지만 "정치인 장관의 발언"정도로 해석하는게 현장의 분위기다. 과기부의 분명한 방침전달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난해 만든 과학기술혁신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 IMF극복을 위한 국가차원의 과학기술진흥계획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별법은 현 경제난국이전에 마련한 법이지만 오는 2002년까지 우리의 과학기술을 혁신하겠다는 취지에서 한시적으로 제정한 것으로 안다. 과학기술진흥은 가장 확실한 투자다. 산업계가 그 어느때보다 어려운 점을 감안, 자금마련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이와함께 기술개발활동에 가급적 자율성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최근 한 민간기업연구소의 연구원 6명모집에 석.박사급 고급인력 4백57명이몰려 화제가 됐었다. 자율적인 연구분위기가 큰 원인이었다고 한다. 과학기술부는 연구기관 관리에 보다 유연성을 갖기 바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