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문화와 21세기 경제학..김중웅 <현대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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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웅 냉전 체제가 종식되면서 21세기는 시작되었다. 특히 정보기술의 획기적 발전과 자유 시장 질서의 보편화로인해 20세기와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IMF 경제 문제를 해결하느라 여전히 과거 세기 속에서 방황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 위기는 엄청나게 빠른 세계 경제환경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여 국가경쟁력이 구조적으로 취약해진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외환위기로 촉발된 IMF 구조조정은 "강요된 개혁(forced reform)"이긴 하지만, 바로 우리가 나아갈 개혁 방향이다. 흔히 21세기를 정보화 시대, 지식이 선도하는 시대, 문화가 중시되는 시대라고 부른다. 그것은 정보, 지식, 문화와 같은 인간의 지적 요소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생산요소로 작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가 당면한 경제 문제들은 전통적인 경제이론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흑자국인 일본이 오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미국은 장기간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경제상황, 미국 금융 자본의 세계 제패와 아시아 금융 위기의 확산 문제, 환경라운드나 부패라운드와 같은 비경제적 국제규범으로 인한 통상마찰, 세계적 네트워크에 의해 이루어지는 투자와 생산활동..., 이 모든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데 과거의 경제 이론은 한계를 노정한다. 종래의 경제학은 3대 생산요소인 노동, 자본, 토지공급의 한계성과 이동의 제약성을 이론적 전제로 한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무국경의 세계화시장에서는 생산요소 이동의 제약성이 사라져 글로벌 아웃소싱이 일반화 되고 있다. 또한 지식.정보와 같은 새로운 생산 요소는 그 성질상 공급의 무한성 때문에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 이론이나 경쟁력 이론의 수정을 불가피하게 한다. 더구나 컴퓨터의 발달로 가상세계(virtual reality)가 생산 유통 소비활동에 이용되어 현실과 미래를 연결할 수 있게됨으로써 공간과 시간의 제약성마저 극복하게 되었다. 전자상거래에서 볼 수 있듯이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에 속도(speed)라는 시간적 요소가 더욱 중요시되고 양과 질의 문제보다 소비자에게 어떤 상품과 서비스가 더 가치있는 것이냐 하는 가치(value)문제가 기업 활동의 중심 목표가 된다. 21세기의 지력사회, 가치창조 사회에서는 경제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가 인간의 창조능력이다. 이와 관련하여 앞으로는 경제적 생산활동에서 문화적 요소를 중요시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창조능력은 문화가 발달할 때 더욱 계발될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같이 시간 개념과 연관되어 있는 가상현실, 속도, 문화 등의 요소가 새로운 세기의 경제활동에서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과거의 경제학이 시간적 공간적 제약성을 벗어나지 못한 3차원적 경제학이라고 한다면 미래의 경제학은 시간적 요소가 중시된다는 의미에서 4차원경제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하루 빨리 IMF체제를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있다. 그러나 현안 문제 해결이 아무리 시급하다고 해도 근시안적 해결책에만 매달려서는 우리에게는 미래가 있을 수 없다. 길게 보는 안목에서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시정하고 21세기를 대비하는 새로운 경제이론의 모색이 필요하다. 결국 IMF체제의 극복이나 경제의 발전도 우리 사회시스템의 효율성 여부에 달려있다. 그리고 사회시스템의 효율성은 그 나라 문화수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보화 사회와 지력사회에서는 정신적 사회간접자본이라 할수 있는 문화수준이 높아야 생산성이 높아지고 새로운 가치가 창조될 수 있는 까닭이다. 한 나라의 경제수준이나 정치 발전도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넘을 수 없다. 새 정부가 경제 선진화를 위해 우리의 문화 수준을 높이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당위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