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7일자) 518% 현실 200% 목표

96년말 3백86.5%에서 작년말에는 5백18.9%로 높아진 30대 그룹 부채비율은 우선 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부터 냉철하게 따져봐야할 성질의 것이다. 부채비율이 높아졌다는 사실만으로 대기업그룹을 백안시한다면, 이는 꼭 옳은 일이라고만 하기 어렵다. 30대 그룹의 주력기업들이 거의 하나같이 외자를 빌려쓰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부채비율이 급격히 높아진 것은 따지고보면 당연하다. 대미달러환율이 96년말 8백44원에서 작년말에는 1천4백15원으로 70% 가깝게 올랐기 때문이다. 상장기업만 따지더라도 적자규모가 4조5천억원에 달한 불황인데다 유가증권 등 보유자산평가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부채비율상승의 불가피성은 어느정도 인정하는 것이 온당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고 높은 부채비율에 대기업 스스로의 책임이 적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국내기업의 부채비율은 96년말 제조업기준 3백17%로 대만에 비하면 거의 4배 미국보다는 2배 일본보다는 1.5배나 된다. 외형적 성장에 치우친 기업경영풍토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는데,그것은 기업인들의 경영관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가능하다. 어쨌든 부채비율을 국제수준과 비슷하게 낮추는 것은 대기업들이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다. 그러나 그것은 정부가 아무리 독려하더라도 하루아침에 될 일은 결코 아니다. 내년말까지 30대 그룹에 대해 부채비율을 2백%이내로 낮추라는 금융감독위원회의 요구는 바로 그런 점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5백%인 부채비율을 2백%로 낮추려면 차입은 늘리지말고 자기자본을 2.5배로 늘리든가 빚을 40%로 줄여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리란 것은 더이상 길게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바로 그런 점에서 업종 구분없이 부채비율을 하나같이 2백%이내로 줄이라는 뜻이 아니라는 김태동 청와대경제수석비서관의 해명은 매우 적절했다고 볼 수 있다. 산업자원부가 종합상사에 대해서는 부채비율 축소 목표선을 4백~5백%로 잡도록 금감위에 공식요청한 것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일련의 부채비율논란은 그것이 빚어졌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정부내에서의 정책조율에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도 있다. 대기업그룹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정부관계자들의 불만은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정부의 경제정책 결정과 그 현실적용방법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런 꼴이 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부채비율 2백%는 그 단적인 예다. 책임있는 관계당국자가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해당기업들은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5백18%에서 단번에 2백%로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본다면 업종별 특수성을 감안한 새로운 기준을 빠른 시일안에 제시하는 것이 옳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