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공기업 존재이유가 사라졌다..오관치 <연구소장>

오관치 정부는 금년 6월말까지 공기업 민영화 및 매각방안을 확정하고, 1백8개의 정부투자및 출자기관중 상업성이 강한 공기업부터 조기에 민영화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상업성이 강하고 수익성이 좋은 담배인삼공사 가스공사 포항제철지역난방공사 등은 조기에 민영화될 전망이다. 정부가 공기업을 민영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은 향후 2년간 공기업을 매각하면 최소한 1백억달러 이상의 재원조달이 가능할뿐만 아니라, 민영화를 통해 공기업의 비효율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획예산위원회의 방침은 걱경없는 경쟁이 기업횐경으로 돼버린 현 시점에서 공기업의 존재이유가 사실상 소멸돼버렸다는 인식에 근거한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가 공기업을 설립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시장가격기구의 실패를 정부가 보완하여 국가 기간산업을 설립.발전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기업이지만 이의 설립에는 거대한 자본이 필요하거나, 첨단기술 개발과 같이 위험부담이 과도하여 민간부문이 감당할 수 없을 경우, 또는 다양한 이유로 독점기업이 될 수밖에 없거나, 과도한 시장 분할로 인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수 없는 분야및 민간기업의 시야가 너무 단기적이어서 장기투자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에, 정부는 공기업을 설립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적인 무한경쟁으로 인해 이러한 공기업 존재이유가 대부분 그 타당성을 상실하게 되었다. 자본의 국제이동이 자유로운 자유무역체제하에서는 유리한 투자기회를 쫓아 다국적기업에 의한 대규모의 투자가 경쟁적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민간기업의 자본부족이 공기업의 존재이유가 더 이상 되지 못하게 되었다. 첨단기술 개발 역시 미래의 수익을 보장받기 위해 민간기업에 의해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자유무역체제하에서는 엄밀한 의미에서 어떤 독점기업도 존재하지 못한다.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이기는 기업만이 시장점유율 100퍼센트의 독점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협소 또는 분할로 인한 "규모의 경제"미실현도 자유무역체제하에서는 공기업 존재이유가 되지 못한다. 인위적인 시장 분할은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할 것이며, 다국적 기업에 의한 국제분업은 어느 나라나 "규모의 경제"에 따른 이점을 향유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민간기업의 경영이 장기보다는 단기 이익극대화를 중시하는 것은 사실이나,이 점 역시 경쟁에 의해 시정될 것이다. 장기투자를 무시하고 단기 이익에만 집착하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경쟁에서 도태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공기업이 민영화된 후 독점적 지위의 남용, 경제력 집중의 심화, 외국인 소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독점적 기업행위에 대해서는 적절한 정부 규제로 시정이 가능하고 경제력집중문제도 국민주 발행, 종업원 지주제, 1인소유한도 설정 등에 의해 방지할 수 있다. 외국인 소유에 대한 국민감정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만큼 우리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높다. 그러므로 있을지도 모를 폐해를 걱정하여 공기업의 민영화를 지연시키는 것은 국가경제를 위해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며, 자율성을 보장하고 경쟁을 도입함으로써 효율적 경영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민영화가 조속히 추진되어야 한다. 공기업들을 민영화한 영국, 프랑스, 일본, 남미 제국 등의 경험을 보면,민영화이후 누적된 만성적자가 해소되고 경영의 효율화가 달성된 것을 알 수 있다. 공기업의 민영화에 의해 소유권이 정부로부터 민간에게 이전됨으로써,기업은 정부의 보호와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자율적인 경영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민영화된 기업은 정부의 보호로부터 벗어나기 때문에 스스로 책임경영을 도모하지 않으면 시장경쟁에 의해 언제든지 도태당하게될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비효율적인 공기업이 민영화후 만성적인 적자경영을 탈피할 수 있었던 해외 사례는 곧, 민영화에 따른 소유권의 이전과 시장경쟁의 도입에 의해서만 공기업도 효율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그러므로 공기업의 효율적인 경영은 정부 보호나 규제에 의해서가 아니라 민영화를 통해 경영자율성을 보장함으로써만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해회경험이 우리가 현재 추진하고자 하는 공기업의 민영화에 좋은 교훈이 될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