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살빼는 반창고

"살결이 얼음같이 맑고 마음씨가 옥같이 아름다운 여자, 얼굴은 꽃같고 몸맵시는 달같은 여자, 젖가슴이 작고 허리가 가는 여자" 동양미인은 이런 여자였다. 요즘 우리 미인은 마를대로 마른데다 가슴은 젖멍울 앓는 새댁처럼 큰 여자다. 샤론 스톤, 데미 무어, 줄리아 로버츠가 미인의 전형이다. "못생긴 여자는 참아도 살찐 여자는 못참는다"고 하는가 하면 "다이어트는 종교"라고까지 한다. 이때문에 한창 커야 할 여중고생들이 굶는가 하면 부모 몰래 설사약을 먹다 병원에 실려간다. 효과여부를 파악할 새도 없이 새로운 다이어트법이 등장한다. 한때 효소다이어트가 크게 유행하더니 사과.포도 다이어트를 거쳐 지난해부턴 붙이기만 하면 살이 빠진다는 테이프다이어트 바람이 불었다. 여성들의 다이어트붐을 탓할 수만은 없다. 2~3년전부터 유행하는 길고 가느다란 패션은 날씬하지 않으면 입을 옷이 없을 정도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풍을 일으켰던 I테이프의 광고가 허위로 적발된 사실은 고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초등생에서 40대 아줌마까지 손가락에 감고 다니던 테이프가 실은 보통 반창고였다는 것이다. 허위광고를 한 업체들이 벌받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가짜가 횡행할 수 있었던 풍토는 안타깝기만 하다. 세상의 어떤 일에도 왕도는 없다. I테이프다이어트의 광고문구처럼 "쉽고 빠르고 간편하게" 살이 빠진다면 세상에 뚱뚱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광고는 약간의 허위성과 과대성을 속성으로 한다는 점에서 중매장이에 비유된다. 그러나 광고는 어디까지나 사실에 입각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78년 제너럴 푸드사는 인공오렌지주스인 탱을 신선한 오렌지에서 짠 것인양 선전했다가 프랑스정부로부터 4천3백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앨빈 토플러의 말(미래의 충격)은 허위.과장 광고의 책임 소재를 꼬집는다. "소비자는 자신이 어떤 물건을 원하는 지도 모르는채 뭔가 색다른 것을 구입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느낌을 갖는 경우가 많다. 광고는 이런 느낌을 부추겨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을 전적으로 광고주만의 탓으로 볼수는 없다. 그것은 사회구조와 깊이 관련돼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