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인수 과장 일약 '흑자사장' .. 대우 30대 간부

과장에서 일약 사장으로 뛰어오른 사람이 있다. 디지털 피아노 제조업체인 벨로체의 양원모(35)사장. 자신이 다니던 회사 사업부를 넘겨받아 최고경영자로 변신했다. 대우전자 과장이었던 그는 지난 4월말 구조조정대상으로 결정된 디지털 피아노사업부를 떠맡았다. 독립한지 한달만에 그는 벌써 수출 물량을 두배로 끌어올리고 있다. "해외로부터 주문이 늘어 5월에 4백대를 수출했습니다. 6월부터는 매월 1천대를 선적할 예정이지요. 내수가 위축되고 있으나 수출이 두배로 늘어 전체적으로는 지난해와 비슷한 월 1천2백대정도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양 사장은 해외수출이 늘고 인건비가 줄어 올해 1백억원정도의 매출에 10억원정도의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양 사장은 대우전자 디지털 사업부에서 10년간 일했다. 가장 최근에는 사업팀장으로 생산과 수출을 맡았다. 경영 경험이 없는 그가 선뜻 사업부를 인수한 것은 인건비를 줄이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 그는 대우전자로부터 사업부를 넘겨받을때 해외거래선과 합작하기로 마음을먹었다. 평소 거래해 오던 해외 바이어로부터 자본금 5억원중 4억원을 지원받고 오는 9월 자본금을 10억원으로 늘릴때 추가 출자받아 50대50의 출자비율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와함께 양 사장은 생산과 국내 판매를,해외 바이어는 해외마케팅을 맡기로 했다. 수출이 늘고 있는 것도 해외거래선의 적극적인 판매활동 덕분이다. 직원수를 줄인 것도 판매에 도움이 됐다. 대우 소속이었을때는 모두 90명이 근무했다. 그러나 사업부가 분리독립되는 과정에서 20명이 넘어왔다. 여기에 단순근로자 25명을 새로 채용해 현재 45명이 일하고 있다. 직원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고통을 이겨내고 디지털피아노에 애착을 가진 전문가들이어서 생산성이 높다는게 양 사장의 설명이다. 시설투자비를 거의 들이지 않은 점도 도움이 됐다. 그는 대우전자가 사용하지 않고있던 용인 공장을 1년동안 무상임차했다. 그리고 대우전자로부터 생산설비를 연말에 대금지급하는 조건으로 외상 매입했다. 이에따라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실제로 대우전자에 지급한 자금은 거의 없다. "회사 설립 당시의 출자금은 부품을 만드는 30여개 협력회사에 주로 지원되고 있지요. 수출물량이 확보됐으니 협력업체들만 열심히 하면 되거든요" 양 사장처럼 임직원이 사업부나 회사자체를 인수하는 것을 MBO(Management Buy-Out :경영자매수)라고 한다. 사업부를 인수하는 주체가 외부인이 아니라 회사내의 임직원이다. 따라서 고용문제를 해결할수 있어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구조조정방안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 물론 양 사장의 경우 외국의 MBO와 차이가 있다. 외국에서는 투자은행들이 유능한 경영진들에게 자금을 적극 지원한다. 그러나 양 사장은 금융기관 대신 해외 거래선과 손을 잡았다. 자금과 해외시장 개척문제를 동시에 해결한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의 박상수 컨설턴트는 "MBO는 감량경영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기업체 임직원들에게 희망을 주는 새로운 구조조정방식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회사내의 기술자들이 이를 활용할 경우 성공 가능성이 높아 MBO가 새로운 "벤처기업모델"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