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사기치는 세상 .. 천양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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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가 더 힘들어져서인지 별별 사기사건이 터지고 있다. 사기도 보통사기가 아닌 기업형 사기다. 사기란 말이 마치 환경오염의 주범처럼 느껴진다. 생물을 죽이는 환경오염보다 사람을 죽이는 사기오염이 그 오염도가 더 심각한 것 같다. 요즘 강남일대에 우후죽순처럼 생긴 기업형 사기 낙찰계가 돈 욕심 많은 사람들을 사기치고 있다. 바다에는 식인상어가 육지에는 사기낙찰계가 사람을 잡아먹고 있는 형국이다. 불법 낙찰계에 거액의 돈을 불입한 계원들 대부분이 부녀자들이라는 사실에IMF한파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사는 주부들은 기가 막힐 지경이다. 거액을 낚시밥으로 던진 사람들이나 거액의 미끼를 낚아챈 사기꾼들이나 누가 더 나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한 통속인 것 같다. 내돈가지고 내맘대로 하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어떤 돈이라도 정당하게 쓰지 않으면 검은 돈이 된다. 속이 검은 사람일수록 검은 돈에 눈이 어두운 법이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통쟁이 마당 나무라듯 남의 탓은 더 잘한다. 그것도 모자라 남을 원망하기도 한다. 그들을 보다보면 사람들이 사는 곳에 진짜 야수들이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짐승이라도 자존심이 강한 호랑이는 아무리 굶주려도 풀은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돈이 된다면 잡식동물처럼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집어 먹는다. 인간의 얼굴을 하고 짐승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정신의 기형은 육체의 기형보다 더 추하다. 그들에게도 분명 부모,자식이 있을텐데 그 추한 모습으로 어떻게 그들을 대할 수 있을까 싶다. 한 부모가 백명의 스승보다 낫다는 옛말이 설득력을 잃어가는 현실이다. 그들 중에서도 계주나 계원 대부분이 부녀자들이라니 또 다른 가정대란이라도 일어날까 걱정스럽다. 그 나라 그 가정이 잘 되려면 여성들 특히 어머니들이 바로서야 한다고들 말한다. 이런 때일수록 알뜰한 주부들, 어머니들이 반면교사가 되었으면 한다. IMF사기를 떨어뜨리는 사기를 몰아내기 위해서라도.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