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추락] 수출늘려 불경기 '탈출' .. 일본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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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부는 엔화약세를 사실상 바라만 보고 있다.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거듭 강조하지만 이건 말 뿐이다. 지금 순간에선 "국제공조"만 바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일본이 경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엔약세를 방치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엔화가 하루만에 3엔이나 떨어졌는데도 일본 정부가 시장개입에 선뜻나서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묘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세를 돌이킬 만한 획기적인 대안이 없는한 시장에 개입해봐야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는 최악이다. 올 1.4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1.3%였다. 97년회계연도(97년4월~98년3월) 전체로는 마이너스 0.7%였다. 연간 전체성장률이 마이넛를 기록한 것은 지난 74회계연도이후 23년만이다. 시장개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협조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미국측은 개입에 냉담하다. 미국은 오히려 엔약세를 방치하고 있는 조짐이다. 일본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게 미국의 주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부작용만 초래한다는 게 일본정부측의 시각이다. 물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위해 미국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이 "의도적"으로 몰고가고 있다는 것이다. 엔약세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시아를 비롯 세계경제의 문제이므로 국제적인 협조체체를 구축해야한다는 게 일본측 주장이다. 미국경제의 활황도 아시아의 희생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비난도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일본은 결국 시장에 개입할 형편도 안되고 미국의 협조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차라리 "두고 보자"는 쪽으로 속내를 다진 것 같다. 경제기획청은 "이미 내놓은 종합경제대책을 착실하게 추진하는 길 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도 "립서비스"일 따름이다. 이렇게 일본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보이지 않자 엔약세 방치설이 확산되고 있다. 어차피 내수를 살리지 못할 바엔 엔화약세를 통해 수출을 늘려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자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실 금융기관 정리, 시장개방등의 개혁을 추진하는 명분으로 쓰려는 심산도 엿보인다고 해석한다. 결국 어느 시점에서 미국과의 공조가 이루어지느냐가 관건이다. 그것은 일본의 경제가 언제 좋아지느냐와는 관계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호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이 부실금융기관 정리, 시장개방, 세제개편등 경제개혁 조치를 어떤 속도로 진행하고, 미국이 여기에 얼마나 호응을 보여주느냐가 추가하락 여부를 가름할 것 같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