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계곡휴식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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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좋아해서 산속에 살았던 중국의 시인 이백은 산속이 별유천지라고 노래했다. 옛 시성이 느꼈던 그윽한 산의 정취를 오늘날 사람들이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지는 헤아리기 어렵지만 근래들어 급격히 늘어난 등산객들을 보면 지금도 산은 가장 손쉽게 찾을 수 있는 "별유천지"임에는 틀림없는 모양이다. 그러나 산은 지금 인재로 중병에 걸려있다. 휴일이나 여름휴가철이면 몰려드는 등산객행렬과 그들이 버리고 간 계곡의 음식찌꺼기와 쓰레기더미, 그리고 편의시설을 만든다는 명목으로 마구 산을 깎아 세운 건물들과 사방팔방으로 낸 등산로들로 상처투성이가 돼 버렸다. 그나마 자연의 모습이 남아있는 곳은 국립공원과 높은 산의 정상부분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토의 70%가 산인 우리나라는 자연경관이 뛰어난 산수향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아마 산에 오르기를 즐기는 것도 한국인의 특성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해마다 단풍의 절정기인 음력 9월9일이면 서울의 선비들은 인왕산청풍계 북한산 남산 도봉산 수락산에 올라 마시고 먹으며 단풍놀이를 즐겼다. 임금도 이날은 신하들은 이끌고 세검정근처의 탕춘대에 올라가서 시를 지으며 하루를 즐겼다. 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삼복에는 남산이나 북한산계곡 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혔다. 그러나 그들은 자연을 보호해가며 자연과의 조화속에서 사는 지혜로움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의 문종때는 대궐에 진상하는 은어를 잡기위해 백성들이 독약을 쓰는 것을 알고 은어잡이를 금지시켰다. 또 성종은 노루 사슴 등의 짐승을 보호하기위해 산의개간과 벌목을 금했다. 조선시대의 "사산금표도"라는 지도를 보면 성밖 10리안의 산에서는 벌목은 물론 허가없이 집을 짓거나 묘를 쓸 수 없도록 "입산금지"를 시켰다. 이것을 어기면 곤장 1백대의 중형에 처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어제 송추유원지와 지리산 뱀사골 계곡에 오는 7월부터10월까지 출입을 금지하는, 계곡휴식년제를 실시키로 하고 이를 어기면 1백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는 소식이다. 등산객이나 피서객들이 이 조치에 적극 협조해 한번 파괴된 자연은 영원히 복원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