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일자) 국채소화 순조로울지

정부가 발표한 금년도 2차추가경정예산안의 편성방향은 두가지다. 하나는 실물경제붕괴를 막기위해 6조원규모의 경기대책용 세출을 확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당초예산보다 세수부족이 5조5천억원에 달해 이를 보전하는 내용으로 돼있다. 지난 3월 편성된 1차추경예산보다 세출은 6조원이 늘어나는 것이지만 재원은 11조5천억원을 더 조달해야 한다. 그러나 추가적인 재원조달의 묘안이 없어 국채발행 등 재정적자규모를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의 1차추경예산상 통합재정수지적자 7조8천억원을 2차추경에서는 국내총생산(GDP)의 4%인 17조5천억원수준까지 늘릴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부측의 설명이다. 지난 3월에 이어 다시 추경을 편성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은 충분히 납득할만하다. 급격한 내수부진으로 실물경제가 빈사상태에 이르고 있어 더이상 방치하면 산업기반이 붕괴되고 경제회복능력마저 없어지는 극단적인 사태가 올 수도 있기때문에 재정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구조조정의 대수술을 받으려면 어느정도 실물경제의 체력이 유지돼야한다는주장도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과연 정부의도대로 예산안이 집행되고, 실효를 거둘지에 대해서는 장담하기 어렵다는게 우리 생각이다. 재원확보를 위해 7조9천억원어치의 국채발행을 추진키로 했지만 제대로 팔릴지 의심스럽다. 차질이 생길 경우에 대비한 대안을 강구해 놓아야 할 것이다. 소화가 안되면 한국은행에 인수시키겠다는 안이한 발상은 대책이 될 수없다. 그런 결과가 예상된다면 처음부터 발권력을 동원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국채발행으로 인한 자금시장의 구축효과, 즉 민간투자위축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그렇다. 또 지금의 경기침체수준으로 보아 이 정도의 재정사업으로 경기를 회생시키는데 어느정도의 효과를 거둘지도 의문이다.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생각도 들지만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경기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서 구조조정의 의지만 훼손되는게 아니냐는 점이다. 현재 우리가 처한 여건에서 굳이 정책의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어디까지나 구조조정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러나 더욱 우려되는 것은 재정적자구조의 고착가능성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올해보다 내년의 세수전망이 더 어둡다. 반면에 재정지출을 늘려야 할 필요성은 구조조정의 마무리 등으로 오히려 더 커질 것이다. 개인살림이나 기업경영과 마찬가지로 정부예산도 자칫 방심하면 빚이 빚을 유발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기 쉽다. 만성적인 재정적자가 선진국들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 하더라도 잘못된 정책까지 답습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이점을 염두에 두고 적자규모를 관리가능한 범위내로 최대한 억제하고, 아울러 장기적으로 적자구조가 만성화되지않도록 세심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