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인터넷과 국가정보기반..서정욱 <SK텔레콤 사장>

서정욱 우리의 국가정보기반(National Information Infrastructure)인 초고속정보통신망이 WTO 및 IMF체제 등 격변하는 시대상황에서 계획대로 구축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실현되기 힘든 계획이라면 개발전략 투자규모 이용방도 등을 환경변화에 유연하도록 수정 보완해야 한다. 누구보다 앞서 NII를 정비한 미국은 정보기술을 동원해 정부를 재창조(reinventing)함으로써 대국민 서비스를 개선했다. 지난 5년간 클린턴 행정부는 35만명의 연방공무원을 줄이고 1천4백억달러의예산을 아꼈다. 법률 규제도 64만쪽을 없애고, 3만여쪽을 알기 쉬운 말로 고쳐 놓았다. 그리고 인터넷을 활용한 K12 프로그램으로 초.중.고교육을 개혁하고 있다. 노도와 같은 디지털혁명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방파제를 쌓자는 사람, 이를 타고 큰 돈을 벌자는 사람,이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자는 사람등 다양한 주장과 입장이 우리의 정보통신정책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 노도의 위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무도 몰라 이에 대처할 방책을 찾느라 모두가 부심하고 있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의 경우만 해도 누가 각 가정에 고속 광대역 접속을 위해 투자할 것인가, 콘텐츠는 누가 개발해 어떤 조건으로 전파할 것인가, 어떤 종류의 서비스를 어떤 제도의 요금으로 이용자에게 제공할 것인가에 대해 누구도 나서는 사람이 없다. 이들에 대한 면밀한 준비를 하지않으면 난립 출혈의 경쟁, 과잉 중복의 투자, 부실 무용의 연구개발 등으로 갈피를 못잡고 있는 우리 정보통신산업이과연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이다. 우리의 정보통신은 지난 80년대 까지만 해도 소수 엘리트들이 개발을 주도했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사심이 없는 관료의 식견과 비전으로 정책을 입안해 전화를 대량 공급하면 만족하던 공급자 위주의 관주도 시대였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전혀 다르다. 정보통신정책이 사생활 기업활동 국가경영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는 인식이 확산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완전개방 무한경쟁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국가정보기반을구축해야한다는 강박감때문에 국가와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의 어깨가 무겁다. 그런가하면 관료들이 개혁의 걸림돌이라는 세상이 되고 보니 정보통신정책 역시 공청회 등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되는 이용자 주도의 시대가 되었다. 정보혁명이 경제구조를 바꾸어 놓는다. 인터넷에서 전개되는 전자상거래는 디지털경제(digital economy)의 상징이며 개인 기업 국가의 생산성을 제고한다. 정보혁명을 아직 실체가 없는, 앞으로 일어날 미래의 사건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나 인터넷의 보급 확산속도를 보면 그것은 이미 일어난 인류 문명사상 최대의 사건이다. 벌써 전세계에 1억,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2백만명을 넘는 이용자가 있고 그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은 평생교육의 학습장이다. 무엇이든 배우고 물어보려면 인터넷보다 친절한 스승과 도서관은 없다. 인터넷은 시범이 아닌 실제의 사이버 공간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가를 체험하는 장으로도 최적이다. 인터넷은 또한 시대상황에 맞지않는 정책은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실증하고 있다. 전자우편은 물론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고 전화를 걸고 TV까지 즐길 수 있는 인터넷 앞에서 우편 통신 방송 신문 등을 별개로 생각하던 종래의 방송 통신 언론 정책은 효력을 상실했다. 아직 인터넷이 국가정보기반의 중심이 된다고 단언은 할 수 없지만 그것이 주는 정면 반면의 교훈을 살려 구축한 초고속정보통신망은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인터넷은 종래의 방송 통신 및 신문 잡지와 전혀 다른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21세기의 국가정보기반은 인터넷을 수용할 수 있도록 구축해야 하는 것이 우리 정보통신산업의 지상과제이다. 미국의 인터넷이 프랑스의 미니텔(Minitel)을 제치고 글로벌 네트워크로서 세계의 정보패권을 장악하게 된 것은, 그리고 모든 길은 미국으로 통하게 만든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인터넷의 확산 보급으로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서 현재의 인터넷이 모두 답변할 수는 없지만, 암시와 시사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나는 믿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