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금융회사 '미국서 속속 철수'..경제난/부실채권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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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진출한 일본계 금융기관들이 미국에서 속속 철수하고 있다. 현지지점을 폐쇄하거나 줄이는 것은 물론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도 대대적으로 팔아치우고 있다. 일본 국내의 경제난과 부실채권 증가로 당장 "현금"이 급해졌기 때문이다. 일본경기가 호황을 보인 지난 80년말~90년초와는 판이한 현상이다. 당시에는 일본계 은행들이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의 부동산 등을 물밀듯이 사들였고 현지지점도 급속도로 늘렸다. 뉴욕타임스는 12일 뉴욕에 진출한 일본계 은행의 지점 점포수가 한때 70개에서 최근 몇년 사이 55개로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의 지점수는 25개에서 17개로, 시카고는 21개에서 16개로 줄었다. 사무소도 통폐합하고 있으며 인원도 대폭 감축하고 있다. 다이치간쿄는 샌프란시스코 사무소를 없앴고 산와은행은 보스턴과 클리블랜드 등의 사무소를 폐쇄했다. 지점축소 뿐 아니라 현지에 보유중이던 각종 금융자산을 처분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후지은행은 지난 4월말 시카고에 있는 금융회사인 헬러에 투자한 주식을팔아 약 10억달러의 자금을 마련했다. 스미토모은행도 지난3월 캘리포니아 스미토모 은행을 유타주의 금융회사인시온(Zions Bancorp)에 5억4천6백만달러에 매각했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일본계 은행들이 최근 부실채권 급증으로 위기에 빠지면서 지난 80년대말 미국 곳곳에서 사들였던 호텔과 사무용 빌딩 골프장등 부동산 매각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닛코증권이 소유했던 워터게이트호텔은 최근 블랙스톤그룹에 3천9백만달러에 넘어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일본계 은행 등이 미국에서 보유중인 각종 자산은 지난 94년말 4천40억달러에서 97년말에는 3천4백70억달러로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일본 은행들의 상황이 쉽게 호전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일본계 은행들의 자산매각은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