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은행 본점이전 유감

뉴욕 월스트리트와 시카고 라쌀가. 모두 금융으로 유명한 거리다. 월스트리트에는 증권거래소를 비롯, 대형 은행 증권사들이 밀집해 있다. 시카고 라쌀가는 선물의 거리로 통한다. 선물중개회사들도 우후죽순으로 들어서 있다. 이같이 한 곳에 모여 있는 덕분에 이들 거리는 오늘날 금융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요즘에는 관광코스로도 개발돼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15일 대형 시중은행의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하라고 지시한 것이 금융가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대통령입장에선 지방에 근거를 둔 대동 동남 경기 충청은행이 줄줄이 퇴출한 마당에 지역경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덤으로 일부에서 제기하는 지역차별론도 불식하면서. 그러나 이를 대하는 금융인들은 못내 떨떠름한 반응이다. 지방으로 옮긴다고 그 지역경제가 발전할 것이란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구조조정으로 바쁜 와중에 어느 누가 한가하게 본점이전을 생각할 겨를이나있겠는가 하는 반문들이다. 뱅커들은 대통령의 말씀을 들으면서 여의도의 신증권타운을 오버랩한다. 지난 94년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신증권타운은 "증권"하면 연상되는 곳으로어느덧 자리잡았다. 증권맨들은 거기서 정보를 교환하고 애환을 누린다. 요즘에는 각종 CF와 드라마 촬영이 이곳에서 벌어진다. 개발연대 시대부터 은행거리가 돼왔던 명동. 뱅커들은 아무리 시절이 수상해도 여길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성태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