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IMF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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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체제는 우리의 생활양식에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유명브랜드 선호 일변도로 흐르던 패션의식이 실용성과 기능성 중시쪽으로 바뀌는 것은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올여름 국내 패션계엔 수입원단 대신 국산소재,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하는 울이나 실크보다 물빨래할 수 있는 면이나 폴리에스터를 사용한 제품이 크게 늘어났다. 양 옆에 커다란 주머니를 단 아웃포켓바지와 소매를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탈착식점퍼도 등장했다. 스타킹을 신을 필요가 없는 간편하고 단순한 면소재 롱원피스가 인기상품으로 떠오르고 판탈롱스타킹 대신 짧은 삭스스타킹이 유행하고 있다. 면과 폴리에스터의 증가는 거품시대에 겪은 시행착오의 산물이다. 많은 여성들이 드라이클리닝해도 좀체 깨끗해지지 않는 울이나 실크옷을 드라이세제로 집에서 세탁했다가 물이 빠지거나 후줄근해져 못쓰게 만든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웃포켓 바지는 지갑은 물론 핸드폰 카세트 등을 넣을 수 있어 인기다. 주머니에 뚜껑이 달려 있어 내용물 분실 우려가 없는 것도 장점이다. 사계절용 골프비옷에 쓰이다 일반점퍼로 확산된 탈착식소매 또한 알뜰패션의하나다. 잠뱅이 지피지기 등 국산진과 백화점의 PB(자사상표)의류 매출이 급증하는 등 중저가브랜드가 외국브랜드를 밀어내는 것도 IMF패션의 한 양상이다. 화제속에 방송된 SBS드라마 "미스터Q"에서 디자인실이 내놓은 수입브랜드 앙쥬와 개발과가 만든 국산브랜드 라라 가운데 라라가 더 잘 팔리는 것은 이같은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다. IMF때문이 아니더라도 달라질 때가 됐다. "조지오 아르마니"의 옷은 크고 늘씬한 서양사람에게 어울리는 것이다. 비싼 재킷과 셔츠의 소매를 줄여 본래 디자인의 멋을 살리지도 못한 채 입고 다니는 것은 우습다. 로열티브랜드에 연연해선 패션속국을 벗어나기 어렵다. 일하는 여성이 늘면 편하고 예쁜 진짜옷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IMF패션이 "비싸야 잘 팔린다"는 잘못된 소비문화를 바꾸고 나아가 독특하면서도 실용적인 옷, 21세기에 전세계인으로부터 로열티를 받는 고급브랜드 창출의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