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금융소득 종합과세 부활을 .. 최명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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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근 부를 축적한 사람은 마땅히 존경받아야 한다. 그러한 사람은 시장경제의 틀안에서 우승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경기규칙을 위반하면서 번 돈은 국민들에게 사시의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세금포탈, 기업의 돈 빼내기, 비자금에 의한 정치헌금, 정경유착으로 챙긴 이권, 이러한 탈법으로 축적한 부에 대해 국민이 적대시하는 것은 나무랄 수 없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부를 축적한 사람들에 대한 국민정서는 불행하게도 매우 적대적이다. 그것은 부의 축적과정에 대한 투명성 정당성이 모호한데 그 원인이 있다. 정부도 지금 세금포탈, 기업자금의 유용, 자본의 해외도피, 호화생활 등에 대해 세무조사 고발 수사 등 각종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러한 조치들은 현재의 국민정서와 상통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조치들은 지엽적인 것이다. 시장경제의 경기규칙을 투명하고도 정직하게 바로 세우는 일에는 아직 눈을 돌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질서의 투명성 제고에 대한 근본적 장치는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이다. 그런데 대체입법된 금융실명법은 오히려 반대방향으로 개악되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무기한 보류와 국세청에의 금융소득지급조서 제출제도를 없앤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시장경제질서의 투명화가 아니라 암흑화의 역사적 후퇴였다. 조세공평 문제에만 국한시켜 이자율 연12%.4인가족.분리과세율 22%를 기준으로 보면, 예금 1억원에서 1천2백만원의 이자소득을 얻은 사람은 종합과세의경우 88만원의 세금을 부담하면 되는데 분리과세의 경우에는 2백64만원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예금 1백억원에서 12억원의 이자소득을 얻은 사람은 종합과세의 경우 4억6천5백40만원의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데 분리과세의 경우에는 겨우 2억6천4백만원의 세금만을 부담하게 된다. 이자율이 높으면 세금의 불공평은 더욱 심화된다. 이는 중산층 이하의 납세자들에게 세금을 바가지 씌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근본적인 불공평을 방치한 상태에서 세금의 다른 공평을 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분리과세하에서 이러한 불공평을 다소라도 시정하려고 하면 중산층 이하에 속하는 납세자들에게 종합과세와 선택과세를 허용하는 정도의 보완이라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금융소득종합과세의 보류는 이러한 세부담의 불공평만이 그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현행 금융실명법하에서는 금융소득종합과세만이 유일한 차명거래의 견제수단이 되는데 있다. 금융자산의 차명거래는 이자소득과세외의 각종 세금 포탈수단이 됨은 물론이고, 검은 정치자금과 정경유착 뇌물비리 투기행위 등 온갖 사회적 비리를 은닉하는 수단이 되고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국제마약자금 등의 유입과 그 자금세탁을 외환관리법이사실상 막아왔다. 그런데 우리는 OECD의 가맹국으로서,그리고 IMF지원체제로 인해 자본자유화의 문을 열지않을 수 없다. 이는 외환관리법의 대폭적 완화를 의미하는데 그치지 아니하고 국제범죄자금에 대해서도 빗장을 푸는 일이 된다. 또한 국제규범은 부패라운드라는 이름아래 부패방지를 강력히 요구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또 IMF는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정치개혁, 정부의 규모와 기능의 혁신, 기업의 구조조정을 국민적 과제로서 수행해야 한다. 이는 정치 행정 경제의 각 분야에서 저효율을 추방하고 투명화와 정직성을 제고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과제들의 수행에는 금융실명제의 정착이 필요조건이다. 차명거래가 만연되어 투명성도 정직성도 제고되지 못하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처하면서 우리 사회를 반투명 정도의 사회로라도 바꾸려면 금융소득종합과세는 다시 부활해야 한다. 아울러 자금세탁방지법도 제정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시장질서의 투명화, 축적된 부의 정당성 확보를 구현하여 국제사회의 규범에 순응하면서 아울러 장래 예상되는 빈부의 양극화로 인한 갈등도 미리 막아야 한다. 그리고 IMF터널을 빠져나가면서 부를 얻은 사람에게 국민들이 존경을 보낼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시장경제 기초질서의 정비작업에 눈을 돌리기 바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