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갈팡질팡 대러시아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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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상호추방과 이에따른 외교적해결을 놓고 한국과 러시아간에 벌어졌던 줄다리기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평가는 러시아라는 강대국에 한국이 판정패했다는 쪽으로 모아진다. 이번 한.러간의 외교전은 어떤 가시적인 결과에 앞서 우리 국민들에게 상당한 자괴감과 패배감을 안겼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를 제기했다. 결과적으로 러시아는 모든 목적을 달성했다. 한국정보원들의 활동을 규제할수 있게 됐고 우리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외신은 추방됐던 아브람킨참사관의 서울복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반해 우리는 명분과 실리를 다 잃었다. 수교당시 8명이던 정보요원수가 2명으로 줄었다. 경협차관문제만 해도 그렇다. 돈 꿔간 쪽이 꾸어준 쪽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말만 듣고 온 셈이다. 한나라당이 이번 사태와 관련, 외교통상부장관과 안기부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무리는 아니다. 우리외교정책에 대한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에 대한 안기부와 외교통상부의 시각차가 일관성있는 외교를 펼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또 알량한 경제력을 믿고 러시아를 홀대한 졸속외교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부의 솔직하지 못한 태도가 언론과 국민의 동의와 협조를 구할수 없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더욱 설득력있게 들린다. 실제 사건이 터진 7월4일 이후 정부는 한번도 이 사건의 진실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고 국민의 이해를 구한 적이 없다. 안기부도 외교통상부도 입바른 말로 국민들을 철저히 현혹했다. 지금도 정부는 추방됐던 아브람킨 참사관이 서울로 돌아올 것인지에 대해 말꼬리를 흐리고 있다. 언제까지 국민들에게 진실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무지한 외교행태가 지속될지 답답할 뿐이다. 김용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