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살리는 산업정책 펴야"..김우중회장 관훈클럽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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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전경련회장대행은 31일 "정부는 국제 고금리 문제 해결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업을 지원하는 산업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 회장은 이날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조찬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일본 보다 3.5배, 유럽에 비해서는 2~3배나 되는 이자를 내면서 외자를 들여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상태에선 우리 기업들이 원천적으로 외국기업과 경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국제 고금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외국금융기관들이 한국과 한국기업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부채상환의 주체인 기업을 살려내는 산업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분야별 발언내용. 과중한 금제금리=IMF체제 이후 우리경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국제금리가 급격히 상승했다. 국제적 고금리 상태를 절대 오래 가져가면 안된다. 국제금리는 신뢰와 신용을 절대적 근거로 한다. 빠른 시일내에 외채를 갚는 것이 급선무다. 올해 5백억달러 경상수지 흑자 달성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출확대 및 가동률 제고=기업이 최대한 노력하고 국가적으로 수출활동을 적극 뒷받침한다면 20%의 수출확대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5백억달러 흑자목표는 가동률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다. 우리는 그간의 고속성장 과정에서 1조달러에 이르는 생산시설을 갖추게 됐다. 지금 이 생산시설들이 60% 수준도 안되는 가동율을 보이고 있다. 고용안정=수출확대와 가동율 증대를 통해 정리해고의 여지를 최대한 줄이면 고용은 안정된다. 고용안정은 어디까지나 노사양측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가능하다. 각 기업이 정리해고를 최소화하면서 이번 위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노조도 양보해야 한다. 정리해고를 절대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노조가 고통분담을 하지 않고 파업이 계속돼 공장이 가동되지 않으면 정리해고는 불가피하다. 대기업 정책=정부가 지나치게 대기업개혁을 강요하고 있다. 공정위 부당내부거래 조사도 무리한 내용이 많다. 재심요청, 행정소송 등을 통해 분명하게 가려내야 한다. 기업구조조정이 시급한데도 공정위 은행감독원 감사원 등 5~6군데서 각각 한 트럭분씩의 자료를 요청하고 있다. 부채비율 축소건만 해도 그렇다. 국민소득 1만달러도 못되는 우리가 4만~5만달러가 넘는 선진국과 부채비율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웃긴다. 산업정책의 부재=제조업 생산시설의 가동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도 정부는 금융에만 초점을 맞추는 정책을 펴고 있다. 향후 10년 동안 우리는 토요일 일요일을 가리지 않고 공장을 돌려야 한다. 은행은 산업이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금융을 살리고 기업을 죽이면 되는가. 빅딜=5대 그룹이 다시 한번 모여 이 문제를 이야기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우리(5대그룹 총수)끼리 먼저 만나서 심각하게 이야기해 볼 생각이다.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선도은행 설립=은행 합병과 대형화는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은행은 대외신인도에서 바닥수준이다. 한국계 은행이 개설한 신용장을 외국은행들이 받지 않고 있다. 이는 국민소득 1백달러 시대에도 없었던 일이다. 이 때문에 외국은행이 들어와야 하는 것이다. 국내 50개 기업과 외국은행이 합작하는 선도은행 설립을 추진 중이다. 50대기업 밖에서도 참여하겠다는 업체가 적지 않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