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스몰딜' 배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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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M&A를 흔히 "시간을 사는 전략"이라고 한다. 다른 회사를 매수,단숨에 사업을 확대한다는 점에서다. 우리나라에서 요즘 불고 있는 합병붐은 그러나 좀 다른 양상이다. 개별회사 능력으로는 불황을 견디기 어려우니 처지가 비슷한 회사끼리 뭉쳐경쟁력을 키우자는 것이다. 일단 합쳐 위기를 극복하자는 "시간을 버는 전략"인 셈이다. 이런 전략구도에서 최근의 합병붐을 들여다보면 두가지 흐름을 읽을수 있다. 하나는 정부의 강권에 떠밀리듯 진행되는 합병이다. 은행합병이나 재벌빅딜이 이 부류에 속한다. 정부는 적극적이지만 합병주체들의 생각은 "글쎄요"다. 말을 물가까지 데려갈수 있지만 물을 먹이기는 힘들다. 추진과정에 어려움이 적지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두번째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합병이다. 최근 중소주택업체들의 합병붐이 그것. 동성-한국-동보는 이미 합병을 발표했고 길훈-신명-태산 등이 실무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오너들부터 적극적이다. 사재를 출자하는등 기득권을 모두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회사가 부도나면 자기재산부터 챙겨 달아나는 기업인들이 적지않은 마당에 "마음을 비우니 오히려 홀가분해졌다"(허진석 동성종건대표)는 모습은 신선감마저 준다. 정치권은 매우 긍정적이다. "정부주도가 아닌 민간차원에서 이뤄진 자발적인 합병의 효시로 기업간 사업교환의 바람직한 모델"(김원길 국민회의 정책위원장)이란 평가까지 나온다. 그러나 아직은 "립서비스" 수준. 정부차원의 세심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관련부처인 건교부마저도 그저 "잘되면 좋겠지요"라는게 고작이다. 은행과 재벌빅딜에 쏟는 정성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주택업체들의 "스몰딜"에도 보다 많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때다. 육동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