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면톱] 아시아 수출입 급감..국내외기관 상반기 동향 분석

아시아 국가들의 무역규모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2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무역통계및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조사자료를 봐도 한국 일본 중국 아세안(ASEAN) 각국 홍콩 대만 등 역내국가들의 수출입은 상반기중 나라별로 6.8%에서 36.1%까지 급감하고 있다. 감소폭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영국 애덤스미스경제연구소는 올해 동아시아의 무역흑자가 수입감소 덕분에작년보다 3백억달러이상 늘어나겠지만 교역(수출입)규모는 작년에 비해 10%가까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연구소는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수입위축이 연쇄파장을 일으켜 세계교역이 2차 오일쇼크이후 최악의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동아시아의 교역침체는 이미 태평양 건너편까지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전미 제조업자협회(NAM)가 최근 회원업체 2천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0%가 "동아시아에 대한 수출둔화로 하반기엔 기업경기가 침체국면"이라고 답했다. 아시아의 퇴조로 세계무역의 앞날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는분석이다. 실제로 동남아의 외환위기로 촉발된 이 지역의 교역위축은 일본을 거치면서세계적으로 증폭되는 양상이다. 한국과 동남아국가들은 외환위기로 통화가치가 하락하자 수출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금융위기는 내수침체와 고금리, 수출용 원자재와 설비(자본재) 수입가격의 폭등이라는 복합악재를 동반했다. 이에 따라 수출과 수입 양쪽 기반이 모두 내려앉은 것이다. 특히 일본의 수입시장이 내수침체로 가라앉은 것이 동아시아 교역에는 치명타를 입혔다. 94년이후 4.8~20.4%의 증가율을 보였던 일본의 수입은 올 상반기중 작년에비해 9.9%나 줄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으로 부터 부품과 설비를 들여와 조립생산후 수출하는 아시아국가들과 일본의 연대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는 상반기중 일본의 대아시아수출이 70년대말 2차 오일쇼크이후 처음으로14.7%나 줄어든데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아시아교역이 급감한 반면 미국과 서유럽에 대한 일본의 수출은 각각 18.5%와 26.3%나 급증했다. 한.일교역도 마찬가지다. 상반기중 한국의 대일수입감소율은 전체평균 36.1%보다 더 높은 38.6%를 기록했고 수출도 16.6% 줄었다. 중국의 경우도 비슷하다. 미국과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교역이 급증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지에 대한 수출은 내리막이다. 유리 대두쉬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가 "아시아의 교역이 본궤도에 올라도 지역연대는 과거보다 약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교역방식도 과거의 형태로 돌아가고 있다. 예컨대 동남아국가들은 이미 물물교환식 교역을 시작했고 한국과 인도네시아도 바터무역을 추진중이다. 교역상품구조도 바뀌고 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국가들의 원자재 수출의존도는 올들어 품목별로 5~10%씩 높아졌다. 한국의 경우 돼지고기가 대일수출주력품목으로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교역위축은 저가경쟁등으로 통상마찰을 격화시키고 급기야 보호주의로 이어지게 마련. 미국 노동부는 지난 1.4분기중 미국에 수입된 아시아상품의 가격이 작년에비해 5.3% 내렸고 동아시아의 저가공세로 유럽시장으로 나가는 미국상품의 수출가격까지 0.6%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경우 올들어 유럽과 미국에 대해 소나기식 수출조짐을 보이면서 상반기중에만 작년한해 보다 21개나 많은 무려 60개 품목이 통상시비 대상으로 등장했다. 동아시아 교역위축과 이로인한 세계적인 시장쟁탈 통상마찰 등이 계속 격화될 경우 1920년대말 대공황기와 같은 상황이 빚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문제는 아시아교역위축이 세계무역 내지 세계경제에 미칠 파장을 축소시킬만한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데 있다. 모건스탠리가 최근에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엔화약세에 대해 불평하는 것은 한국이 IMF이후 중국시장을 타깃으로 삼는데 대한 연쇄반응"이라면서 "멕시코 위기때 미국의 역할을 할 나라가 아시아에 없는 것이 비극"이라고 분석한 것만 봐도 그렇다.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오부치 내각에 대해 "마감시간이 임박했음을 명심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한데서도 세계교역의 이상조짐을 읽을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