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경제위기의 처방'..김응한 <미 미시간대 교수>

김응한 미시간대 교수는 한국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하게 "완전 자유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경제는 부동산 가격과 임금이 안정되는 등 비용측면에서의 구조가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효율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있다며 경쟁 촉진만이 보다 근본적인 개혁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의 기고를 정리한다. ----------------------------------------------------------------------- 한국의 경제 구조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정리해고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데 이어 일부기업에서는 실제로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있다. 문제가 돼 왔던 땅값도 크게 하락했다. 비용 측면에서의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우선 인건비를 보면 한국의 인건비는 90년대 들어 급격히 올라 아시아 신흥공업국중 최고수준을 기록했었다. 또 회사가 도산하는 지경이 돼도 감원은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서 해고를 허용하는 노동개혁법을 통과시켰다. 정리해고도 시작됐다.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동시에 인건비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경제위기 덕택에 땅값도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는 기업들이 부동산을 앞다퉈 시장에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등에서 국지적인 등락이 있을 수 있지만 부동산에 대한 전체적인 사용자비용(user cost)은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과다한 자본조달비용(cost of capital)이 문제였다. 3년만기 회사채금리는 한때 연 30%까지 올랐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안정세를 회복하고 있다. 환율도 수출기업들이 우려할 정도로 크게 떨어지고 있다. 정부 개혁조치도 어느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연결재무재표를 작성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회계감사업체로부터 감사를 받도록 의무화한 것이 국제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시작했다. 또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재벌오너가 이사회에서 공식직함을 갖고 일하고 어떤 경우에도 최종 법적책임을 지도록 했다.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을 금지시켜 문어발식 경영을 차단하는 것도 포함됐다. 그러나 여러가지 정황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비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한국경제의 장기적 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효율성도 함께 높여야 한다. 방법은 단 하나,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다. 한국에는 완전경쟁이 보장된 시장이 거의 없다. 정부가 수출입업무에 개입하고 특정 산업분야를 보호하는 정책을 펴는 바람에 시장진입장벽이 높아져 경쟁이 제한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또 몇몇 전략 산업부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장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개방하고 있지만 외국기업들은 피부로 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번 위기는 장기적으로 한국이 일본보다 경쟁력을 높이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수 있다. 일본도 비슷한 개혁이 필요한 시기지만 정치권의 의지가 부족한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정책변화가 발표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성실히 개혁을 수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개혁이 시도될때 마다 기득권 층의 반발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다소간 타협과 흥정을 하더라도 알짜배기 개혁정책이 살아남는다면 한국경제는 장기적으로 성장과 활력을 유지할수 있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