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체계적 지원과 복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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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났다는 발표를 비웃기라도 하듯 기상청이 생긴 이래 최대의 집중호우가 쏟아져 물난리 피해가 거의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명피해가 수백명에 달하고 하천범람, 주택.공장.농경지침수에다 도로 철도 등 사회기반시설이 곳곳에서 유실돼 경제 사회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더구나 지역에따라서는 아직도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지고 있어 피해복구작업마저 여의치 못한 상황이다. 미증유의 경제위기로 국민 모두가 지쳐있는 판에 참담한 물난리라니 설상가상이라는 말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장마때면 되풀이되는 연례행사가 된 까닭에 수재의 원인을 따지기는 어렵지않다. 이번에도 수방을 도외시한 도시계획, 배수처리 불량, 소극적 방재예산 책정, 기상청의 낙후된 예보능력에 안전의식부족 등 너나 할것 없는 국민 모두의 총체적 방재 무관심이 불러온 화라고 해야 할 것이다. 피해가 가장 컸던 서울 어느 지역의 경우 상습 침수지역을 재해위험지구로 지정하라는 감사원의 통보에 서울시와 해당지역 주민들은 아파트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이를 무시해 피해를 키웠다고 하니 이번 물난리는 단순한 천재라기 보다 인재와 관재가 한데 어우러진 재난이라고 봄이 옳다. 정부나 국민이나 비록 수해예방에는 소홀했지만 피해복구마저 소홀해선 안된다.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신속한 피해복구와 수재민 수재기업을 돕는 것이다. 정부와 민간단체, 국민 모두가 팔을 걷고 나서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언제나처럼 정부는 피해업체에 대한 금융 세제 등의 지원과 이재민 주택신축자금 대출 등의 갖가지 지원대책을 내놓고 있고 사회 곳곳에서 수재의연금품이 모이고 있다. 그러나 경황이 없다 하여 이같은 대책과 정성이 실효성을 무시한채 산발적으로 쏟아지고 즉흥적으로 관리되어선 안된다. 정부 각 부처는 앞다투어 피해 중소기업과 수재농가에 대한 대폭적인 금융지원을 약속하고 있지만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대출심사에 걸리는 시간이 길고 조건이 까다로워 얼마나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정치권 역시 재해복구를 위해 범정치권적 대응책을 준비중이라고 하지만 복구현장을 오히려 번거롭게 하기 일쑤인 "위문단" 파견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일반적으로 수해는 일정 시차를 두고 물가상승 수출차질 등을 통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민생경제를 위협한다. 때문에 수재복구대책의 핵심은 단순한 물난리 수습 차원을 떠나 피해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는데 모아져야 한다. 수재를 당하면 모든 것이 혼란스럽게 마련이지만 냉철한 판단으로 경제운용의 우선순위를 재검토하고 그에 따라 급한 일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피해복구를 위한 총력전이 효율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체계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