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시아 성학회' 특별칼럼] (29) 당뇨병과 성기능장애

안태영 40대 초반의 남자가 진료실로 들어서면서 어렵게 시작한 얘기는 이렇다. 8년동안 당뇨병을 앓아오면서 식사요법 인슐린 주사요법을 제대로 지켜 그런대로 당뇨는 조절됐는데 얼마전부터 발기가 잘 안돼 부부생활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설사 힘들게 발기가 됐어도 삽입하자마자 금방 시들어버려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상하고 부인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매사에 의욕이 없고 직장일도 잘 안돼 근심에 가득 차 있었다. 환자를 진찰해보니 특이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혈중 남성호르몬검사도정상이었다. 당뇨병의 합병증에 의한 발기부전인 것으로 생각됐다. 소량의 발기유발 주사액을 음경에 주사해보니 10분후 한창때처럼 음경이 단단해졌다. 이를 보고 환자는 신기함과 기대감에 충만해지는 것이 역력했다. 집에서의 자가주사법을 설명해주고 몇차례 사용해보도록 권했다. 1주일후 다시 찾아온 환자는 "모든 것이 옛날의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왔다"면서 아주 만족해했다. 본인의 만족은 컸고 부인도 주사제에 대한 거부감이 가시면서 적극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하게 됐다. 당뇨환자의 35~75%는 기질적인 발기부전을 겪게 된다. 발병시기도 정상인에 비해 10~15년 정도 일찍 나타난다. 당뇨병환자는 심리적 문제, 신경계 및 혈관계 이상에 기인해 발기부전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합병증에 의한 일시적 발기부전은 당뇨를 조절하고 전신건강을 개선하면회복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하게 되면 영구적인 발기부전에 빠진다. 그러나 당뇨 증상과 발기부전의 빈도는 상관관계가 없으며 인슐린 사용여부와도 관계가 없다. 지난 30년간 발기부전 치료에는 먹는 약이 선호됐다. 좋은 효과를 가져오면서 부작용이 적은 이렇다할 약이 나오지 않다가 최근 비아그라가 시판되면서 많은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진공펌프로 음경에 혈류를 몰리게 해 발기상태를 만든후 고무밴드를 거는 방법도 있다. 약물에 의한 어떤 부작용도 없지만 고무밴드 윗부분만 단단하고 아랫부분은 힘이 없는 것이 단점이다. 또 요도가 압박당해 정액의 사출이 힘들므로 아기를 가져야 할 젊은 남자에게는 사용할 수 없다. 음경보형물을 삽입하는 수술은 90%의 높은 환자만족도를 보인다. 하지만 오래 사용하면 작동불량이 나타날 수 있고 감염 및 이물질의 거부반응이 우려되며 수술비도 비싸 엄선된 환자에게만 시행돼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