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산업] 이탈리아 경쟁력 비결 : 니트산지 칼피 성공요인
입력
수정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거리 볼로냐에서 북서쪽으로 조금 떨어진 칼피지역. 이곳은 북 이탈리아 최대의 니트 산지다. 이탈리아 프랑스의 유명 브랜드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서 직접 주문을 내기도 한다. 여기서 생산되는 제품중 70%가 해외로 수출될 정도로 세계적인 니트생산지다. 그러나 이 지역은 8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동남아시아의 싼 제품에 밀려 심각한 불황을 겪었다. 80년대 후반 불황에서 탈출한 것은 오거나이저 기업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의 성공덕분이었다. 칼피에는 1천개회사 이상의 니트업체가 있다. 80년대 이 지역의 산업기반이 흔들릴 정도로 침체가 심각해지자 로마냐 주정부가 나서서 니트제품의 조합인 "치테르"를 설립했다. 그때까지 이 지역의 중소업체들은 제각각 최종제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치테르 설립을 계기로 분업화를 추진했다. 공정별로 전문분야를 세분화한 것이다. 디자인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오거나이저 기업을 중심으로 털실 짜는 기업,재단및 봉제 기업, 자수 놓는 기업, 최종가공 기업 등을 연결해 별모양의 네트워크를 짰다. 물론 이 네트워크는 유연하게 구성된다. 언제라도 실력이 모자란 전문메이커는 이 네트워크에서 "퇴출"당한다. 치테르는 이런 생산공정의 혁신만 한게 아니다. 기술향상을 위한 첨병역할도 했다. 치테르는 회원기업들로부터 회비를 거둬 신기술이나 디자인 개발, 품질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연구비로 썼다. 가족중심의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만큼 대규모 R&D투자를 하기는 힘들었기 때문이다. 치테르는 밀라노나 파리에 연구원을 파견, 최신 패션동향을 연구하고 일본에서 품질관리기법을 배워 그 결과를 오거나이저기업에 보고한다. 칼피 근처의 모데나지역 섬유업체들도 이 치테르를 이용하고 있다. 이중 하나인 내니블루사는 여성복 오거나이저 기업이다. 이 회사의 디자인담당은 소유주의 부인. 종업원 7명의 전형적인 가족경영이다. 그나마 3명은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초미니 기업인 셈이다. 직원 7명 전원이 모이는 때는 연 2회 열리는 콜렉션 시기뿐이다. 이런 초미니 기업으로도 제품생산이 가능한 것은 재단과 봉제, 단추 달기까지 모든 공정을 전문업체에 맡기기 때문이다. 수주량의 다과, 디자인의 난이도에 따라 최적의 메이커를 선정해 쓴다. 내니블루사는 공정별 기업이 가공을 끝낸 반제품을 일단 수집한다. 그리고 다음 공정의 기업으로 제품을 보낸다. 중간단계를 일부러 한번 거치는 것은 시기에 따라, 제품의 종류에 따라 일을 맡기는 메이커가 다르기 때문이다. 제품의 흐름이나 품질을 중간점검하지 않으면 자칫 전체적인 관리에 구멍이 생길수 있다는 얘기다. 중간 수송시간이 늘어나긴 하지만 기업들이 모두 가까이 모여있어 크게 문제될 정도는 아니다. 치테르를 이용해 그해에 유행할 디자인이나 색깔, 천의 종류 등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치테르 덕택에 유행에 민감해졌다. 칼피지역의 기업 관계자들은 네트워크 시스템이 없었던들 최고의 니트산지라는 지금의 명성은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