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다국적 기업 : '목소리 커졌다'..각종규제 철폐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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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제약기업의 국내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 들어온 외자회사는 40개사. 이중 투자지분이 50%를 넘은 회사만도 대략 30여개사로 전체 진출사의 80%에 이른다. 이들은 앞으로 경영권 확보를 위해 더 지분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일부사는 국내제약사의 생산시설을 인수하기도 했다. 특히 IMF 체제 이후에는 독자경영에 들어가거나 국내사를 인수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제약사와의 합작을 청산하고 1백% 자기자본을 출자한 회사만도 한국존슨바이엘코리아 한국사노피 한국애보트 한국쉐링 한국오가논 한국노바티스 한국화이자제약 한국존슨앤존슨 등 10여개사에 이른다. 다국적 제약업체는 지난 64년 한독약품과 독일 훽스트가 합작한 이래 쉐링 화이자 업존 등이 속속 진출했다. 70년대에는 바이엘 베링거인겔하임 롱프랑 등이 들어왔으며 지난 89년 자본자유화조치와 90년대초의 세계무역기구(WTO) 시대 개막은 외자유입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다. 이때문에 지금은 세계 유수제약회사가 사실상 거의 다 들어와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들은 아시아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에서 시장을 확대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생산기지도 이전하려는 의도에서 이같은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른 분야도 그렇듯 다국적 제약기업들의 국내 영업실적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외자기업의 지난해 매출액 증가율은 11.7%로 국내업체의 평균증가율 9.03%를크게 앞지르고 있다. 더욱이 외자기업들은 투명경영을 고수, 덤으로 지급된 부분에 대해서는 매출액으로 잡지 않으므로 실속은 더욱 크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외자기업들은 이 정도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관행과 제도에서 국내업체에 비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우선 의약품 유통체계의 난맥상을 지적한다. 이에따라 영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호소한다. 설령 유통의 난맥상을 이해했다 해도 뒷거래가 이뤄지는 관행을 따를수 없고 정직한 마케팅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업체도 많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한독약품 한국얀센 등 일부 업체는 한국시장환경과 조화된 독특한 영업전략을 펼침으로써 상당한 영업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요구사항은 국내외 기업간의 차별 철폐.실상 다국적 제약업체들이 그동안 의약품의 유통, 의료보험등재, 허가 및 등록과정에서 유무형의 규제와 설움을 당해온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한국이 IMF 체제에 들어가면서 이들의 목소리는 더욱 집단화 노골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외자유치 및 외국기업 중시정책이 펼쳐지면서 힘을 얻은 것이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최근 주한 미상공회의소(AMCHAM)나 각국 주한대사관을통해 의약품 유통에 관한 무역장벽을 없애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의료보험 등재가 안되고 있는 수입완제의약품에 대해 의보혜택을 받게 해줄것도 요구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 유럽 등지에서 임상시험을 끝낸 신약에 대해서는 국내임상시험을 면제해달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이와 함께 일단 시판허가를 맡은 의약품에 대해서는 보건당국의 수거검사를 받지 않고 자체 품질관리만으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주장하고있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 당국자들은 국내 의약품을 미국에 시판하려면 미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듯 외국에서 도입한 신약도 국내 임상시험과 허가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시설 및 완제품에 대해서는 국내외 업체를 막론하고 수시검사를 실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해나가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식약청은 이처럼 다국적 제약기업의 공세가 거세지자 국내 대기업의 제약업 진출을 제한하고 있는 각종 규제를 철폐한다는 방침이다. 5조원에 달하는 국내 제약시장의 12% 이상을 점유하면서 매년 12~15%씩 성장하는 다국적 업체들에 맞서려면 대기업이 제약업에 진출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어떻게 보면 국내업체가 스스로 초래한 측면도 없지 않다. 제약사들이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을 일삼고 연구개발을 등한히 하는 사이 IMF상황이 들이닥쳤고 급기야는 안마당을 다국적 제약기업에 내놓아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반면 다국적 제약회사는 우수 신약들을 국내에 속속 안착시키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국내기업에 제공했던 의약품원료나 생산기술을 거두어갈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원료를 수입해 복제품을 생산하면서 적당히 중간차익을 챙겨오던 국내 제약업체로서는 발상과 행동 등 모든 측면에서 일대 전환을 하지 않으면안되게 됐다. 선택의 길은 독자기술확보 핵심역량집중에 의한 전문화 구조조정 투명경영 등 원론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 IMF체제이후 외국자본에 넘어간 국내 제약산업 현황 ] 동아제약= 한국후지사와에 지분30%매각후 합작청산(98.2.28) 신원JMC= 한국화이자제약에 지분44%매각후 합작청산(98.3.24) 대웅제약= 미국 일라이릴리에 지분매각후 대웅릴리의 합작청산(98.4.2) 삼성제약= 살충제(에프킬라)라인 한국존슨에 매각(98.4.21) 동아제약=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프에 동아바이오테크 매각(98.6.13) 동화약품= 살충제(홈키파)라인 한국크로락스에 매각(98.6.18)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