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은 지금...] (클로즈업) 임순권 <극동이엔지 사장>

"우량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이자를 유예해 주거나 대출금을 출자로 전환해주는 정부 정책이 가장 아쉽습니다" 피땀 흘려 키워 놓은 회사가 IMF 한파에 힘없이 무너지는데 안타까움을 느낀다는 극동이엔지의 임순권 사장(44). 그는 16년전 2명의 직원으로 시작해 이제 프레스 등 유압기기 생산분야에서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췄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난국을 헤쳐갈 수 없는게 작금의 현실이다. "중소기업 경영은 어음부도 때문에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줄타기와 같습니다.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우선 어음제도부터 개선해야 합니다.거래업체가 망했을때 손해가 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같이 망해야 한다는 것은 이치에 닿지 않습니다" 고금리에다 연쇄부도로 인해 공장문을 닫고 아까운 기술이 사장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라는 것이다. 임사장 자신이 잘못된 제도와 관행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욱 크다. 그는 지난 97년 자산 50억원에 매출액 43억원을 올린 자신감에 힘입어 10억원 상당의 시설 투자를 했다. 그러나 그게 화근이었다. 11.5%이던 대출금리가 IMF를 맞아 18%로 상승하고 자재값은 70%나 더 올랐다. 반면 은행에 제출한 부동산 담보가치는 30%나 떨어져 추가대출은 하늘의 별따기다. 부도어음을 현금으로 받는 일은 이미 포기한지 오래다. 그는 16년동안 유압기기에만 매달려 국내 처음으로 "품"자를 획득했고 매년 40%의 고속성장을 해 자부심도 컸다. 특히 지난해 시화공단으로 이전할 때에는 개인재산 6억원을 회사에 투자하기도 했다. 사원들에게는 일찌감치 우리사주를 배분, 전체 주식의 25%를 나눠 줬으며 자신은 서울 신정동 전세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사원들이 자발적으로 임금 일부를 반납하는 것은 물론 인원정리를 제의하는 등 회사살리기에 매진하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가능성있는 기업은 살려야하지 않겠느냐"고 임사장은 호소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