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창간 34돌] 유통 : 정보화 전쟁 ..(기고) '고객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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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재 "고객만족"에서 "고객졸도"까지. 이런 용어들은 이제 일선현장의 기업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용어가 됐다. 이런 캐치프레이즈들은 모두 고객만족경영이라는 이념에 근거하고 있다. 고객만족경영은 기업의 최종목적을 고객만족에 두고 고객만족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고객만족향상이 과연 실제로 기업의 수익성 향상으로 연결되는지에대해서는 일부 실무자들이 상당한 의문을 가지고 있으며 확신이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의 외환위기이후 좋은 서비스나 고객만족에의 투자를 허세나 사치로 인식하는 경향마저 기업들 사이에 나타나고 있다. 고객만족경영이 기업에 추가적 비용을 부담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수익성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즉 "고객만 좋고 기업은 괴로운 경영"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불황기에는 흔히 할인을 통한 가격경쟁으로 치우치기 쉽다. 그러나 무차별적인 가격경쟁은 다른 회사도 쉽게 모방하므로 결국 경쟁사와함께 공멸하기 쉽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만족경영을 통해 승부해야한다. 뱅크카트를 끌고 시장의 상인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현금교환과 예금 등의 업무를 독특하게 제공하여 "움직이는 은행"이라는 명성을 얻은 하나은행이 어려운 금융환경속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나 병원이사장과 담당의료진이 환자의 문상까지 하며 유가족을 위로하는 안동병원 등이 좋은 예다. 과연 기업이 고객만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손해인지 그 득과 실을 따져 보자. 선진우량기업에서는 "고객생애가치(customer lifetime value)"를 극대화할 것을 강조한다. 고객생애가치란 한 고객이 특정기업과 거래하는 기간동안 그 기업에 얼마나 수익을 가져다 주는가를 말한다. 즉, 고객생애가치란 한 고객이 평균적으로 기업에 기여하는 미래수익의 현재가치라고 볼 수 있다. 고객만족과 수익성의 관계에 대해 조사한 연구를 살펴보자. 신용카드사의 경우 고객이탈률 10%일때 고객생애가치는 3백달러였다. 그런데 고객들이 만족하여 이탈이 줄게되면 기업의 수익은 어떻게 변할까. 고객만족이 높아져 이탈률이 5% 줄게되면 고객의 생애가치는 3백달러에서 5백25달러로 증가한다. 다시 말해 고객가치가 75%나 증가한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고객만족도지수(CSI)를 1점 높이는 것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를 분석한 연구도 있다. 스웨덴 일반 기업의 경우 5년동안 매년 CSI를 1점씩 높이는 경우 약 7백50만달러의 순현가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비즈니스 위크 1천대 기업에 적용시켜보면 매년 CSI 1점씩 향상시킬때 9천4백만달러의 수익증가 또는 투자수익률의 11.4% 증가의 결과와 같게 된다. 결국 고객만족향상을 위한 노력은 기업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지렛대 역할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고객만족경영은 "고객만 좋고 기업은 괴로운"것이 아니라 "고객도 좋고 기업도 좋은", 다시 말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경영인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