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노트] (테마연구) 'IMF 1년-위기는 극복되고 있나'

강호병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지원을 받은뒤 1년이 지났다. 금융시장은 태국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다른 외환위기국 보다 한걸음 앞서위기의 터널을 빠져 나오고 있다. 반면 실물경제는 회복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중추인 기업과 금융기관의 막대한 부채와 부실채권은한국경제가 불황을 벗어나는데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발등의 불은 껐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태국(98년8월) 인도네시아(98년11월) 멕시코(95년2월)와 비교해 보면 외환보유고 환율 금리 등 금융지표면에서는 한국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외환보유고가 그렇다. 기준시점인 작년말 이후 10개월 동안 우리나라의 총외환보유고가 2.4배(2백4억->4백88억달러)나 증가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기준시점 이후 10개월간 외환보유고가 별로 늘지 않았고 멕시코도 동일 기간중 1.7배 늘어나는데 그쳤다. 환율과 금리 역시 다른 나라에 비해 앞서 나가고 있다. 실물경제면는 여전히 한겨울 =실물경제면에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물가가 오르고 성장률이 크게 떨어지는 등 심한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을 겪고 있다. 올 상반기중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5.3% 감소했고, 소비자물가는 IMF 구제금융 이후 10개월간 평균 7.8% 올랐다. 경기는 IMF 체제후 1년이 지난 지금껏 회복세로 전환할 움직임을 보여주지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채와 부실채권 처리가 관건 =외환 및 금융시장이 실물부문에 앞서 두드러지게 호전되고 있다는 점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러시아 모라토리엄 선언 이후 혼란의 소용돌이로 빠져들던 국제금융시장도 미국을 비롯한 선진 각국이 금리를 잇달아 내리면서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과연 어느 정도나 성장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지 아무도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80년대 중남미나 90년대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의 늪에 빠져들 수도 있다.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중추인 기업과 금융기관이 여전히 과도한 부채부담과 부실채권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6월말 현재 우리나라 기업의 순금융부채는 약 467조원으로 GDP의 1.1배에 달한다. 이는 80년대에 집단적으로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멕시코(119%) 아르헨티나(146%) 브라질(70%) 등 중남미 국가들의 총부채(국내부채+대외채무) 부담과 맞먹는 규모다. 한국은행 발표에 의하면 올 6월말 현재 우리나라 제조업의 부채비율은 387%로 작년말 396.3%에 비해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다. 기업 부채상환부담이 높은 상황에서는 외생적 요인에 의해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기업은 벌어들인 돈으로 부채를 갚는데 사용하지 투자를 하고종업원의 임금을 높여주는 데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금융기관 역시 자금공급을 늘릴 수 있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정상화된 것은아니다. 현재 정부는 정리해야할 부실채권 규모를 100조원 정도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부실채권 매입과 증자지원 등 금융 구조조정 작업에 총 64조원의재원(올 상반기중 14조원 기투입)을 책정, 올 연말까지 대부분 지출할 계획이다. 그 결과 14개 시중은행중 조흥 제일 서울 외환 평화은행 등 5개 은행을 제외한 9개 은행의 BIS비율은 10~13% 수준으로 높아지게 됐다. 그러나 앞의 5개 은행중 평화은행을 제외한 4개 은행이 자산순위 6위권내의대형은행인 데다 정리해야 할 부실채권 규모가 정부 추계치를 훨씬 능가할 가능성이 많아 금융기관 회생의 길은 아직도 요원하다고 할 수 있다. 98년 6월말 현재 발표된 불건전 여신 규모는 이자가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 여신 71조원, 경영상태가 불량하여 부도 가능성이 높은 요주의 여신 80조원을 합쳐 151조원이다. 일부 연구기관이나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불건전 여신이 200~3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지금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64조원만으로는 금융기관 경영이 정상화되기는 어렵다. 경기부양과 구조조정이 해법 =당분간 한국경제는 정부의 정책적 수단에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상장기업의 3분의1에 해당하는 기업이 자력으로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직시하여 워크아웃 작업을 보다 폭넓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3개월 이상 이자가 연체된 여신 뿐 아니라 요주의여신중에서도 부실정도가 심한 것을 조기에 정리해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아울러 대폭적인 재정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경기부양을 적극적으로 단행,기업부도와 금융기관 부실의 여지를 줄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이 처음에는 정부 부채부담을 대폭 늘릴 것이다. 그러나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대외신인도가 회복되면 세수도 늘고 정부가 인수한 자산을 처분하는 것이 용이해져 처음 늘어난 정부부채를 빠르게 줄여 나갈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