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를 '이긴 기업들'] (12) '현대중공업'..증설/엔고 호황

IMF(국제통화기금)시대의 "효자산업"인 조선업종.선박수주실적이 올연말 예상치인 1천만GT(총톤)를 이미 돌파했고 수주잔량도 사상 처음으로 2천만GT를 넘어서 2001년 상반기까지 일감이 확보됐다. 조선업계는 표정관리에 애를 먹을 지경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즐거운 곳을 꼽자면 세계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이다. 올들어 11월까지 61척 35억달러어치(확정분)를 수주했다. 작년동기의 64척 32억달러에 비해 척수는 적지만 금액으로 3억달러를 초과했다. 원화기준 매출액은 10월말 현재 3조8천2백억원을 기록, 작년동기 2조5천7백억원보다 1조2천5백억원이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2천억원대의 이익을 올렸지만 올해는 2천5백억원정도의 이익이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엔화강세와 원화약세가 지속되면서 수주가 호조를 지속해 현대는 올 조선수주목표를 당초 38억에서 40억달러로 높였다. 플랜트 해양 중전기 엔진 등 이 회사의 다른 사업부문까지 합치면 올해 총 수주예상치는 67억달러에 달한다. 조선분야에서 IMF이후 수주환경이 오히려 나아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수출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외환위기이후 가격경쟁력이 크게 올라갔기 때문이다. 달러화기준 선가를 어느 정도 깎아줘도 원화기준으로 보면 이익의 여지가 커졌다. 8백~9백원대 환율이 현재 1천2백~1천3백원 근처에서 안정돼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환율요인만은 아니다. 현대중공업이 IMF를 즐겁게 맞을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의 과감한 설비투자와 기술투자, 생산성향상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79년 제7도크까지 설치, 연간 1백60만DWT(재화중량톤)의 생산능력을 갖췄던 현대는 80년대 이후 도크회전율을 높여 생산능력을 4백만DWT수준으로끌어올렸다. 지난 93년말 조선산업합리화때 한시적으로 취해졌던 조선시설 신증설 억제조치가 해제되자 다시 도크증설에 돌입, 지난 95년 8월과 12월 길이 3백60m, 폭 70m, 깊이 1m인 제8호 및 9호 도크를 각각 완공했다. 이로써 1백50만평의 조선소부지에 6백만DWT급의 선박건조용 도크 9기,1기의 싱크로 리프터를 갖췄다.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생산성향상으로 도크회전율은 70년대 6개월에서 이제는 3개월로 줄었다. 이처럼 설비를 대형화하고 생산성을 높여 놓은 상태에서 때마침 엔화강세를 타고 주문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현대는 매립을 통해 7만평의 부지를 추가로 확보, 조만간 연간 1백척의 배를 건조할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현대는 도크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도크별로 선종을 전문화, 선주가 요구하는 납기에 맞추기도 한다. 수주전략도 생산공정상 도크의 작업효율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선형을 수주하는데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블록대형화, 용접자동화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게다가 IMF이후 근로자들의 일하는 자세도 달라져 전체적으로 생산성이 크게 올라가고 있다고 김형벽사장은 말한다. 요즘은 상선이외에 여객선 신조FPSO(부체식석유생산저장설비)등 고부가가치선박 프로젝트를 수주하는데도 힘쓰고 있다. 한편 비조선분야는 당초 수주목표의 60%선에 그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수가 너무 침체돼있는데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외환위기, 일본과 중국의 경기침체 등이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해외신시장개척으로 이를 타개해나간다는 방침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