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예감 '99-뉴 밀레니엄] 꿈의 21세기 : '사이버기업'

컴퓨터 황제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세계 각지에 깔려 있는 영업소마다 영상회의실을 설치해놓고 있다. 전세계 영업소 간부들은 필요하다면 언제든 한곳에 모이지 않고 영상회의실 자리에 앉아 본사 또는 다른 대륙에 있는 영업소 직원을 불러내 화면에 떠오른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회의를 한다. 해외 출장을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일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빌 게이츠의 저택은 그 자체가 전세계 마이크로소프트사네트워크를 통제하고 움직이는 지휘부다. 이곳에선 세계 어느 곳에 있는 지점의 누구든 컴퓨터 화면에 불러내 대화를 나누고 업무처리를 지시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이같은 영상회의 네트워크는 미래 기업사무실의 초기 모습이다. 앞으로는 복잡한 시스템이 아닌 PC나 TV,이동전화 크기의 소형 단말기로도 영상회의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미 기술적으로는 별로 어려움이 없는 단계에 와있다. 간단한 단말기로도 고화질의 동영상을 전송할 수 있게 돼 사무실이 아니더라도 길거리를 걷는 도중 상대방의 얼굴과 관련 서류를 보면서 회의를 진행하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이같은 휴대용 영상회의 단말기는 조만간 직장인 모두의 필수적인 장비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무실조차 불필요해지는 사이버 기업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된다. 사이버 기업은 이미 그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의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이 그것이다. 아마존은 실체가 없는 거대서점이다. 책을 진열해 놓은 단 한개의 영업점도, 책을 보관하기 위한 창고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인터넷의 한 사이트로만 존재한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는 지구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책이 수십만 권이나 들어차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그 곳에 책을 주문하면 며칠 안에 집으로 정확히 배달된다. 책값은 신용카드를 통해 전자적 형태로 지불하면 그뿐이다. 아마존의 해외 지사 같은 것은 아예 처음부터 필요없었던 것이다. 인터넷이 기업의 형태를 완전히 바꿔 놓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사이버 기업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컴퓨터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곳이라면 어느 곳에서든 기업활동이 가능하게되기 때문이다. 자연히 사무실 공간과 조직은 갈수록 작아지고 결국에는 없어지게 된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거대조직이 기업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사장 한사람이 컴퓨터만 가지고 국내외 주문을 처리하고 대금을 결제하는 1인 회사가 경제를 주도하는 새로운 시대가 멀지 않아 현실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국내에서도 창업 붐이 일고 있는 소호(Small Office Home Office) 및 벤처기업도 이같은 1인 회사의 한 형태다. 대부분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활동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기업조직도 그런 방향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미 전자우편이 결재 절차를 대신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 기업 조직에 고착된 수직적 위계질서를 수평적 관계로 바꿔 놓고 있기도 하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활용하고 있는 전자결재의 목표가 회장인 자신과 신입사원 사이에 6단계 이상의 직급을 두지않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인터넷 혁명의 발원지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 밸리에는 집에 1인 회사를 차려놓고 첨단 기술을 개발해 대기업들에 판매하는 천재 부자들이 많다. 수십km 떨어진 곳에 사는 비서와 대면하는 일 없이도 그날 할 일을 전자우편으로 전달받고 필요한 정보까지 인터넷으로 보고받는다. 바로 눈앞에 다가온 미래 기업의 모습인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