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격변 '은행권'] (상) '업계 지도가 바뀐다'

99년 새해벽두부터 은행가가 술렁이고 있다. 외국계 시중은행이 탄생하는가 하면 합병은행도 줄줄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은행경영진도 새 얼굴들이 많이 등장했다. 세대교체 바람으로 추가 감원이 있을 것이란 얘기도 오간다. 한마디로 지각변동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선 환골탈태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같은 변화는 기업과 일반고객들의 은행 거래방식에도 상당한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선진국형 신상품과 특화된 서비스를 접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대출축소를 우려하는 기업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신년초 은행 산업이 겪고 있는 격변의 모습을 세차례에 걸쳐 조망해 본다.----------------------------------------------------------------------- 조-상-제-한-서. 5대 시중은행을 일컫는 말이다. 해방이후 반세기동안 금융인들은 이들 은행을 설립순서에 따라 줄곧 그렇게 불러 왔다. 5대 시은도 명칭에 걸맞게 우리 경제를 일으키는 혈맥 역할을 해왔던게 사실이다. 금융시장도 그들이 분점해 왔다. 그러나 "조상제한서"의 서열은 새해들면서 완전히 무너졌다. 제일은행은 작년 12월31일 미국 뉴브리지캐피탈를 축으로한 투자컨소시엄에소유권을 넘기기로 했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합병을 통해 4일 한빛은행으로 재탄생한다. 자산규모만 1백19조원에 이르는 슈퍼뱅크다. 올해로 은행역사 1백2년을 자랑하는 조흥은행은 강원은행 현대종금과 합쳐진다. 뿐더러 대전으로 본점을 옮긴다. 은행이름도 바뀐다. 서울은행은 이달중에 "파란눈의 주인"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비단 이들 은행만 격변의 급류를 타는건 아니다. 지난2일 국민은행은 장기신용은행을 흡수했다. 하나은행은 보람은행을 끌어안았다. 모두 구조조정이란 충격파가 빚어낸 결과다.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합종연횡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때론 새로운 주인도 필요했다. 그게 생존의 법칙이었다. 한마디로 금융전쟁이 일어났던 셈이다. "전후"의 새로운 질서는 아직 윤곽조차 보이지 않는다. 긴장감만 감돌 뿐이다. 국내 금융계는 이제 다시 새로운 전쟁을 치룰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해있다. "이제 금융권의 경쟁 형태는 규모의 경쟁에서 질의 경쟁으로 바뀌고 수평적경쟁관계에서 국제간 입체적 경쟁관계로 전환돼 규모의 크고 작음이나 역사의 길고 짧음이 문제가 아니라 혼돈기에 어떻게 기회를 선점하느냐에 따라 강자로 부각될 수 있을 것입니다"(신복영 서울은행장, 지난 2일 시무식에서) 김정태 주택은행장은 브라질의 경우 외국은행에 금융시장이 개방된 이후3년만에 브라질 전체 수신고의 50%를 외국은행이 차지한 점을 지난 2일 99년시무식에서 직원들에 주지시켰다. 분명히 그렇다. 국내에 11개 점포를 가진 씨티은행에도 쩔쩔매는게 국내은행의 현재 모습이다. 하물며 전국에 3백개 이상의 점포를 가진 외국은행이 두 개씩이나 생길 때경쟁 양상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게다가 외국은행들은 탁월한 여신심사기법을 지녔다. 금융서비스도 고품질이고 대외신인도는 현격히 높다. 과거와 같은 사고방식이나 시스템으론 이같은 싸움에서 이겨낼 수 없다. 물론 국내은행들도 혁신에 나서곤 있다. 연봉제도입과 비상임이사회 중심의 은행경영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은행장과 임원의 여신전결권을 없애고 협의체 중심의 여신심사제를 시도하는 것도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또 사업부제를 도입하는 등 생산성 제고에도 필사적이다. 이를위해 은행창구도 대기업전담, 중소기업전담, 고객전담 등으로 새 단장하는 곳도 있다. 혁신이 진행되는 속도와 강도 또한 예전같지 않다. 순식간에 그리고 강하게 이뤄지고 있다. 줄대기 인사관행도 몰라보게 없어진 것 같다. 임원 모두를 잘라버리거나 전문가이면 나이에 상관없이 데려와 후한 대접을해준다. 그러나 국내은행들의 시스템 바꾸기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더구나 유행병 번지듯 일제히 모두가 뜯어고치는 시스템이어서 별 특색이 없다. 금융을 이끌 사람이 달라지고, 사람의 의식이 달라져야 하는데 아직 거기에는 못미쳤다. 다만 변화하자는 목소리만 가득하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일본 신간선을 예로 들며 직원들을 채찍질했다. "신간선이 빨리 달릴 수 있는 것은 일반열차의 객차는 기관차에 끌려가지만신간선 객차에는 엔진이 있어 모든 객차가 함께 달리기 때문입니다" 이강륭 조흥은행장 대행은 "과거의 방식과 발상에만 의존할 경우 결국 심각한 문화적 충격과 함께 경쟁에서 낙오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그쳤다. 기업들과 국가경제에 짐이 된다는 비난을 받아왔던 은행들. 99년엔 "은행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것은 은행들이 새로운 질서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에 달렸다. [ 은행장 99년 경영목표/방침 ] 김진만 한빛은행장 - 리딩뱅크 도약 - 국내외 전문가 채용으로 조직 혁신 송달호 국민은행장 - 세계 1백대은행 진입 - 총자산 1백30조원, 자기자본 6조원 달성 김승유 하나은행장 - 해외 금융기관과 전략 제휴 - 보험기능 부과한 복합상품 개발 이강륭 조흥은행장 대행 - 외자유치 추진, 자체증자도 추진 - BIS비율 12~13% 달성 류시열 제일은행장 - 선진금융기법 도입, 수수료 수입증대 - 여신운용 방향 전환 신복영 서울은행장 - 흑자경영 실현 - 경영시스템/의사결정체계 재구축 홍세표 외환은행장 - 코메르츠은행에서 추가 외자도입 - 주주가치 극대화 라응찬 신한은행장 - 업무이익 1조원대 달성, 5천2백억원 자본확충 - IRM(통합리스크 관리시스템) 구축 신광철 한미은행장 대행 - 문제여신비율 2.2% 이하로 축소 - 당기순이익 2천억원 목표 김정태 주택은행장 - 전문분야 아웃소싱 - 당기순이익 3천4백억원 달성 김경우 평화은행장 - 5백억원이상 유상증자, 전산투자 확대, 본점 이전 이경재 기업은행장 - 9조5천억원 중소기업자금 공급 - 중소기업 어음할인 전용창구 ''디스카운트 뱅크'' 설치 양만기 수출입은행장 - 10조3천억원 자금공급 - 중견/중소기업 지원강화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