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첫 거래] '화려한 신고식' .. 금융시장 표정
입력
수정
유로화가 4일 국제 금융시장에 첫 선을 보였다. 예상대로 달러를 밀어내며 기축통화로써 자리를 잡는 양상이었다. 유로화 거래와 함께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자 유럽중앙은행(ECB)은 성명을 통해 "유로 출범은 성공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거래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직 시세가 형성되지 않은 상티이기 때문에 좀더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유로화는 이날 우려됐던 전산시스템의 오류없이 순조롭게 거래됐다. 호주 도쿄 유럽 뉴욕 등 주요 국제금융 시장은 유로화 등장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안정된 분위기였다. .유로화가 처음으로 거래된 호주 시드니 외환시장에서 유로가치가 당초 기준환율보다 높은 1.7474달러로 폐장되자 딜러들은 "좋은 출발(good start)"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시드니시 장에서는 그러나 "런던시장이 개장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관망세가 압도해 거래량은 1백건,총 1천5백만유로에 그쳤다. 시드니 채권시장에서 거래된 첫 유로상품은 언론관련 업체인 존 페어팍스가 발행한 5백만유로 규모의 채권으로 기록됐다. .조 호키 호주 금융서비스부 장관은 시드니 외환시장에 나와 "세계 금융업계가 시드니 시장의 유로화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이는 국제 금융센터로써 시드니 시장의 위상을 보여준 것"이라고 자평하기도 햇다. 그는 "이번 유로 거래로 시드니 외환시장은 홍콩 싱가포르 시장과 같은 반열로 올라섰다"고 주장했다. 시드니 시장은 이날 오전 4시(한국시간)에 개장, 8시간동안 거래됐다. .시드니에 이어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유로가치가 오름세를 보이자 딜러들은 상승세가 어디까지 지속될 것이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도쿄-미쓰비시은행의 외환딜러인 미야자키 마코토는 "당분간은 유로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ECB가 어떤 강도와 빈도로 시장에 개입할지가 최대 관심사"라고 분석했다. 딜러들은 이날 도쿄시장에서 달러화 시세가 급락세를 보이자 "유로화가 달러화를 견재하기 시작한 명백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한편 일본 대장성의 쿠로다 하루히코 국제국장은 "유로 등장이 국제 금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유로가 달러 엔 등과 함께 안정적인 기축 통화로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엔화 국제화가 늦어진다면 엔화는 제3의 보조통화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도쿄 주식시장에 "유로화 불똥"이 튀었다. 유로 등장으로 외환시장에서 달러가 급락(엔화 급등)하자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 이날 닛케이 주가지수는 지난해 말 폐장가보다 무려 4백26.28엔(3.1%) 폭락한 1만3천4백15.89엔을 기록, 지난해 10월16일이후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닛코증권의 한 시장전문가는 "엔화 강세가 일본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우려로 팔자 주문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화는 유로화의 견제로 상당기간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이는 도쿄 주가에 커다란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일본 경제가 정부 예상과는 달리 마이너스를 탈피하기 힘들 것이라는경제연구기관들의 전망도 이날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이날 국제 금융시장에서 유로거래가 뜸하자 일부 금융거래인들은 "유로화 거래를 놓고 "포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고 촌평했다. 미드랜드은행 도쿄지점의 외환딜러인 타카야마 카주오는 "각 금융기관들은 유로화 시세가 어떻게 형성될지 지켜보고 있다"며 "최소한 1주일동안 외환딜러들은 구체적인 행동 없이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분간은 관망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