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디자이너 한마디) 하상옥 <미샤 기획이사>

늦추위가 한창이지만 패션가는 벌써 봄 여름을 알리는 메세지가 일찌감치 전해져 오고 있다. 성급한 브랜드들은 저마다 겨울세일의 한 가운데서 봄 상품을 앞서 선보이고있다. 경기침체로 닫혀 버렸던 소비자들의 마음도 조금은 열려지고 있다는 신호인가? 백화점의 겨울세일 매장은 인파로 붐비고 있다고 한다. 여성은 옷을 두시즌 이상 참지 못하고 남성은 2년이상 못버틴다고 어느 패션연구소는 주장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벌써 IMF이후 두시즌이 지났으니 올봄의 여성복 시장은 조금씩 활기를 되찾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옷을 만드는 사람인 나는 돌아오는 봄이 은근히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얼마전 우연히 접한 크로모테라픽이라는 색체요법에 관한 책의 내용을 인용해 보면 옐로우는 태양과 영원한 아름다움의 상징이며 삶의 긍정적인 요소들과 결부돼 있다. 주황색은 신선함, 기쁨의 상징이며 빨강은 힘과 에너지의 색으로 생명활동을자극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그동안 일본패션의 영향으로 지나치게 검정색을 선호해온것이 사실이다. 옷좀 입는 멋쟁이라면 의례 "올 블랙"으로 차려입은 모습을 흔히 보지 않는가? 그러나 검정은 에너지를 흡수만 하고 단절, 정체시키며 우울하고 침체된 색이라 해서 색체요법에서는 몹시 거부당하는 컬러이기도 하다. 나 자신도 몹시 검은색 의상을 선호하는 사람중의 하나지만 요즈음은 한국인들이 무채색의 의상을 너무 좋아해서 침체된 사회분위기가 더 가중되는 것이 아닐까 반문해 보기도 한다. 또 밝은색, 부드럽고 예쁜 색상들은 세련되지 못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풍조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해외에서 제안하는 올 봄, 여름 유행경향을 보면 서구의 패션계에서도 2000년을 향한 기대와 흥분 때문에 부드럽고 달콤한 색상들로 지극히 여성스럽고 낭만적인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이젠 획일적인 무채색의 의상에서 벗어나 풍부한 색감으로 한 걸음 성숙된 자신만의 분위기를 만들어갈 때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