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낙관...비관...달관... .. 김진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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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현 우리 경제를 왜 낙관할 수 없는가. 외환보유고는 넉넉해졌고, 국민경제성장률(GNP)은 플러스로 바뀌고, 외국신용평가회사들은 투자적격으로 올리고, 환율은 절상돼가고, 금리와 임금은 내려가고, 고용은 줄이고... 이런 금리와 임금수준이면 98년의 혹독한 시련을 견딘 기업은 많은 이익을 전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지표만이 낙관의 요인이라면 그것은 불안한 낙관이고 옳은 낙관이 아니다. 일본 엔화의 뜻밖의 절상, IMF(국제통화기금)긴축처방에 대한 케인시언들의 반격, 미국과 월스트리트 금융자본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 브라질 남아메리카 러시아경제위기에 비교한 한국의 상대적 안정인식등 외부적 요인이 한국의 위기극복 노력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이런 외생적 변수들은 얼마든지 비관적으로 악화될 수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작년부터 계속 미국경제 기초(Fundamentals)의 취약함을 들어 미국의 거품이 진정한 세계 경제위기라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무역증가율은 계속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년들어 브라질 레알화가 절하됐고 다음엔 중국 위안화 절하 가능성이 더 커졌다. 세계적 불황은 원자재 수출국 경제를 더욱 위축시키고 IMF구제금융을 받은 나라들과 통화약세국들의 수출필요성은 절실하게 늘어나는데 반대로 미국 상무장관은 99년을 "무역전쟁"의 해로 선언해 선진국 보호무역이 강화되고 있다. 헤지펀드의 거래규제, 국제적 마셜플랜, 최빈국의 외채탕감같은 새차원의 세계적 조치가 나오기까지는 바깥 요인에 의한 낙관은 금물이다. 진정 우리가 낙관할 수 있다면 결국 우리자신의 힘이다. 위기극복과정에서 1인당 소득이 6천달러 수준으로 줄었지만 6천달러도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국토의 산림녹화, 선진국수준의 GNP대비 과학기술투자, 선진국보다 높은 교육열, 후진국과는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사회간접시설투자, 조선 반도체 철강 자동차등 세계적 수준의 생산시설등은 결코 비관할 필요없는 고정자산이다. 특히 한국역사상 최초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세계4대강국과 더불어 4차원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시대적 변화, 지정학적위치 변화는 우리로 하여금 세계화 일류화 선진화를 강요하는 조건이다. 우리가 비관할 수밖에 없는 진정한 요소는 경제를 선제하는 정치 사회관계에있다. IMF체제전과 조금도 다를바 없는 국회, 여야정당, 보스밀실정치, 지역편중 연줄인사, 복지부동의 행정, 약한자에 강하고 강한자에 약한 언론, 몽둥이를 든 종교계 싸움, 개혁을 비웃는 법조계와 교육계 비리. 이러고서 부실은행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천벌을 받을 일이다. 내각제 혼미, 시장경제와 제3의 길의 혼미, 제2건국과 사정 폭력정치의 혼미, 청와대가 나서는 빅딜의 혼미. IMF감독이 직접 챙기는 금융.기업개혁마저 겉으로는 되는척, 안으로는 안되는 길로 가고 있다. 냉정히 분석하면 그나마 개혁이라고 진행된 것이 진정 우리의 자력.자발.주체적으로 한 것인가. IMF의 타율 요구 지시에 의해 된 것이다. 정부의 개혁이 성공해 경제를 낙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허구다. "한국전쟁이래 최대위기" "총체적 개혁"이란 말의 진정한 의미가 스며든 열정과 내용의 개혁을 하고 있는 곳이 어디 있는가. 정치 사회관계가 불투명성 부정확성 불확실성 부정직성으로 차있는 한 우리는 낙관할 아무 근거도 없다. 정치의 비정상성과 정경유착, 관치금융의 부패구조가 제거되지 않는 한 비관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97년말 현재 순해외자산 9천억달러(일본 GNP의 20%, 한국 GNP의 3배)를 갖고도 낙관하지 못하는데 우리는 외채 1천5백억달러(GNP의 60%)와 순채무국이면서도 부도위기를 벗어난 것 하나 갖고 "낙관"의 방정을 떨고 있다. 길게 보면 21세기에 가장 성장할 곳은 아프리카도 남미도 중동도 아니고 역시 동북아시아다. 그래서 우리는 세계적 관점에서 낙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투명 정직 신뢰의 사회관계를 만들지 못하는 한 우리는 비관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밖과 안을 달관해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