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리포트] '개미와 베짱이' .. 미국기업 '개미경영'

"미국경제의 독주를 막을 나라는 없다. 미국에 관한 한 "경기 순환론"도 무색해졌다" 월가의 투자전문지인 워스(Worth)가 최근 발행된 2월호에서 이같은 내용의특집 기사를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의 거듭되는 거시경제 지표 호조와 끝 모르는 증시 호황에 대해 과감하다 싶을 정도로 논리적인 근거를 대고 있다. 이 특집기사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종래의 경기 호-불황 주기가 미국 기업들에 의해 "극복"되고 있다고 주장한 부분이다. 호황기의 국가나 기업을 불황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는 투자 과잉이나 과도한 임금상승 등의 "이완 현상"이 미국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것이다. 따라서 2월로 95개월째에 접어든 미국 경제의 호황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 기업들은 장기호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긴장의 고삐를 더욱 잡아 당겨 왔다. 90년대 초 "거품 제거"를 목적으로 단행했던 대량 정리해고(lay-off)가 요즘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요즘의 정리해고가 과거와 다른 점은 경영난에 부딪친 기업들만이 아니라 한창 호황의 절정을 치닫고 있는 기업들 사이에서도 크게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는 2000년까지 4만8천명을 감원키로 한 보잉이 전자의 경우라면 모빌사 합병을 통해 총 인원의 7%를 감축키로 한 석유회사 모빌이 후자의 대표적 사례다. 미래를 대비한 미국 기업들의 "개미 경영"은 인사관리 외에 투자전략 등 다른 부문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여유자금 중 상당 부분을 주가관리를 위한 자사주 매입 등에 돌려 썼던 미국 기업들이 최근 경쟁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설비투자에 보다 치중하고 있는 것도 그런 변화의 하나다. 최근 수십년간 지속해 왔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유보금을 털어 아시아 기업 헐값 매입에 나선 제너럴 일렉트릭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워스는 미국 기업들의 이런 성숙한 변화와는 대조적으로 유럽과 일본 등지의 기업들은 "베짱이식 퇴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프랑스가 근로자의 복지를 향상시기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오는 2000년까지 임금삭감 없이 주당 노동시간을 35시간으로 감축키로 했다거나, 아직 통일비용의 부담을 벗지 못한 독일의 근로자들이 미국인들보다 평균 55%나 더 많은 임금을 받는 현실은 미국적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불황의 한 복판에 있는 일본 기업들이 정리해고 등의 구조개혁을 미적거림으로써 미래의 경쟁력 강화를 담보할 첨단설비 투자 등에서 미국 기업들에 더욱 밀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차세대 생산설비가 등장한 반도체 분야에서 특히 이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지금 당장은 물론 향후의 판도를 좌우할 "경쟁력 격차(competitivegap)"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식 투자자금이 미국기업 쪽으로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는게 월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끝없이 제기되고 있는 "거품 시비"를 비웃기라도 하듯 때마침 미국 첨단기업들의 나스닥 주가지수와 S&P 500 지수가 지난 29일 각각 사상 최고치 기록을 또다시 경신했다. 미국 기업은 개미이고 외국 회사들은 베짱이라는 식의 극단적인 분석에까지는 동의하지 않더라도, "주마가편"을 마다 않는 미국 기업들의 글로벌경쟁 전략만은 눈여겨 봐둬야 할 대목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