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그린벨트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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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해제가 갈피를 못잡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당초 지난 연말까지 그린벨트에서 전면 해제되는 중소도시권역을 결정키로 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그린벨트내 주민들의 재산권행사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정으로 1개월을 미뤘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오는 7월로 아예 멀찌감치 일정을 조정했다. 건교부가 일정을 늦춘 표면적인 이유는 좀더 완벽한 개선방안을 내놓겠다는 것. 다각적이고 철저한 환경평가를 실시해 국토훼손을 최소화하겠다는 설명이다. 환경적 요소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환경단체들의 반발에 굴복한 면도 없지 않다. 문제는 건교부가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는 점이다. 건교부는 지난해 12월24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정이 나기 전인 12월12일 영국 도시농촌계획학회(TCPA)에 개선시안에 대한 평가를 의뢰했다. 자신들이 만든 제도개선안이 환경적 요소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건교부는 이 사실을 숨긴채 헌법재판소 결정때문에 그린벨트 조정일정이 1월말로 연기된다고 밝혔었다. 그 발표후 한달도 안돼 이번에는 전면해제권역에 대해서도 환경평가를 실시하라는 환경단체들의 의견을 수용, 조정일정을 6개월가량 늦춘다고 공식 언급했다. TCPA의 평가결과가 오는 4월8일 나온다는 사실을 건교부가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때 국민을 기만했다는 인상을 지울수 없다. 그린벨트 해제는 몇몇 정책당국자들의 책상머리에서 결정될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장난치듯 내뱉은 발표를 믿고 그린벨트내 토지를 사고 판 사람들이 입을 재산.정신적 피해는 돈으로 환산할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기 때문이다. 또 상수원보호구역 군사보호구역 등 용도규제지역 주민들이 그린벨트를 선례로 삼아 규제완화를 요구할 것이 확실해 건교부의 "꼼수"는 일을 더욱 꼬이게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시한을 정해놓고 그린벨트를 풀라는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 때문에 별다른 준비없이 해제일정을 발표한 건교부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졸속인줄 알면서도 강행하려한 건교부의 무모한 정책은 비난을 면치못할 것이다. 윗선의 눈치나 보는 습성이 남아있는 한 정책의 금도라 할수 있는 신뢰성이 더욱 떨어진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