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출판가] 과거 일본 만행 객관적 해부 서적 2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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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80주년이 되는 해다. 3.1운동은 억압과 수탈의 굴레를 벗고 주권을 되찾으려는 겨레의 피맺힌 항거였다. 한 세기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의 자주정신은 여전하다. 그러나 지금은 일본 대중문화가 마음대로 들어오는 시대다. 그래서 단순한 반일감정을 넘어 진정한 극일방안을 찾는 일이 우리의 몫이다. 최근 "일본주의자의 꿈"(김용범 저, 푸른역사)과 "난징 대학살"(아이리스 장 저, 김은령 역, 끌리오)이 나란히 출간됐다. 이들 책은 차분한 논리로 일본의 실상과 허상을 짚어보면서 그들의 만행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노작이다. "일본주의자의 꿈"은 "메이지의 영광"을 외치는 일본 국수주의자들의 정체를집중 조명한 책이다. 일본 최고 인기작가 시바 료타로부터 정신대 기록 삭제를 주장한 후지오카까지를 도마위에 올려 놓고 일본열도의 지층에 깔려있는 인식의 뿌리를 찾아낸다. 일본의 국민작가로 불린 시바 료타로는 입심 좋기로 유명한 이야기꾼이었다. 그는 역사소설을 통해 일본인의 자부심을 일깨워준 것 뿐만 아니라 일본우월주의를 끊임없이 주입했다. 저자는 그가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과 정체된 한국의 식민지화를 대비시키면서 어떻게 한국을 폄하했는가를 보여준다. 저자는 이른바 "시바 사관"의 정체를 파헤치면서 이를 계승한 신보수파의 야욕을 해부한다. 현대판 일본주의는 "양이론"과 "아시아맹주론" 등의 형태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이 아시아 발전을 주도한다는 "기러기 행렬형 모델"이 녹슨데다 장기불황에 지친 상황을 타개하기위해 일본이 내세운 새로운 일본주의다. 저자는 망언의 해독법과 독도 영유권 문제, 평화헌법 개헌 움직임 등에 대한대응방안을 모색하면서 "그들의 협량한 민족주의적 시도가 오히려 고립을 자초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난징 대학살"은 1937년 12월부터 이듬해 초까지 계속된 일제의 난징 대학살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한 중국인의 손녀가 쓴 보고서다. 일본에서는 우익 세력의 조직적인 반대에 부딪혀 번역출간이 무산돼 국제적으로 비난받았다. 일제의 만행은 책 중간에 실린 사진 40여장에 압축돼 있다. 일본 병사들이 강간한 중국 여성에게 포르노그라피와 비슷한 포즈를 취하게 한 장면과 발가벗겨진 채 의자에 묶어놓여 집단 성폭행당한 뒤 실신한 10대 소녀, 음부에 막대가 꽂혀 사망한 모습 등 눈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 담겨 있다. 일본군은 어린 아이에서 할머니, 임산부까지 가리지 않고 욕보인 뒤 처참하게 살해했다. 전체 사상자 수는 20만~43만명으로 추산된다. 저자는 이같은 금세기 최악의 "집단 발작"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생생하게 증언한다. 철저한 현장답사와 광범위한 인터뷰, 꼼꼼한 자료 수집이 뒷받침돼 학술 논문이나 생존자 회고담보다 설득력있고 사실적이다. 이 책은 일제의 만행을 지겹도록 보고 들었다는 우리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특히 능욕당한 난징 여성들은 우리의 정신대 할머니들의 비극과 겹쳐진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