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일자) 농/축협 개혁 이번엔 관철해야

방만한 조직운영이 빚어낸 비효율성과 각종 비리로 점철돼온 협동조합에 대한 개혁안이 마련됐다. 농협 축협 임협 인삼협 등 농업관련 4개 단체 중앙회를 2001년까지 하나로 합치고 현재 1천4백여곳의 농.축협 단위조합을 4백곳 이내로 통폐합하는 한편 신용과 경제사업부문을 철저한 독립사업부제로운영한다는 것 등이 개혁안의 핵심내용이다. 이번 개혁안이 공룡화 된 중앙회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일선 단위조합을 본연의 업무인 생산과 출하 등 경제사업 위주로 전환시키기로 한 것은 농민을위한 조합으로 거듭나게 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읽을수 있는 대목이다.특히 협동조합 통폐합문제는 정권이 바뀔때마다 조합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거론됐다가도 반발과 로비에 밀려 번번이 흐지부지됐던 사안임을 생각할때 이 문제에 가장 큰 무게를 싣고 있는 이번 개혁안에 거는 기대는 어느때보다 크다. 하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농림부는 1급이상 간부들이 모두 사표를 써놓고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들이 통합법률안 심의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높은데다 축협 등 일부 단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개혁작업이 변질되지 않고 제대로 이뤄질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협동조합의 개혁은 더이상 늦출수 없는 과제이다. 정부는 개혁으로 기득권을 잃게될 일부 조합 상층부의 저항에 단호히 대처해야 하며 정치논리나 주도권 잡기식 접근방식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이번 개혁안은 그동안 제시됐던 다양한 의견들을 많이 수렴한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보완하거나 추진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중앙회의 통폐합이 마땅하다면 농.축협 통합을 2001년까지 미룰게 아니라 가능한 한앞당겨 비용손실을 최소화 해야 할 것이다. 일선 단위조합의 통폐합도 바람직한 것은 사실이지만 단위조합수의 축소로 대농민 서비스가 위축되고 지역사정이 밝아야 제대로 이뤄질수 있는 경제.지도사업이 부실화될 우려가 있어 별도의 보완책이 필요하다. 또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완전 분리하지 못하고 현행 독립사업부제를 강화하는 정도로 그친 것은 농정예산과 경제.지도사업의 상당부분을 신용사업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을 감안할때 어느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인정되지만 특히 단위조합에 대한 감사기능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빠져있어 지도.감독기능 강화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 이번 개혁안이 그동안 문제가 됐던 분야에 대한 하드웨어적 수술에 초점을 둔 것이라면 앞으로 공청회 등을 통해서는 주로 소프트웨어적 보완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4개 조합의 개혁작업을 계기로 유사한 문제점을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수협 등 다른 농어민 단체에 대한 개혁방안도 활발히 논의돼야 할 줄로 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