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이총재 여야 총재회담] '총재회담 이후 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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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17일 단독회담은 여야 총재간의 신뢰 관계를 높여 정국정상화를 이루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두 사람은 이날 회담을 마친뒤 발표한 6개항의 합의문에 담긴 내용 이상의 "인간적인 신뢰감"을 갖게 됐다는 것이 박지원 청와대대변인의 설명이다. 김 대통령이 "우리 둘 사이에 이해와 신뢰를 깊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수시로 만나기로 했고 필요하면 이 총재가 나에게 전화를 하라고도 했다"고 밝힌 것은 사전 조율한 합의문에 없는 "선물"이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야당 총재에게 필요할때 전화를 하도록 배려한 적은 없었다. 김 대통령과 이 총재는 이를 바탕으로 장기간의 대치정국을 풀고 대화와 협력으로 정치복원을 꾀하자는 의지를 합의문에 담았다. 김 대통령은 이날 회담을 계기로 취임2년째 국정을 운영하는데 상당한 여유와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 김 대통령은 잇따른 국정혼선과 노사갈등 등으로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특히 대북정책과 실업대책의 경우 야당의 협력이 절실한 시점에 놓여 있다. 때마침 금창리의혹시설 사찰문제가 합의된데다 이번 회담을 통해 여야간의 정책협의를 벌일수 있는 통로를 넓혀 보다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이 총재의 경우 김 대통령으로부터 인위적 정계개편을 "결코"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인정받아 야당총재로서 보다 탄탄한 입지를다지는 소득을 올렸다. 그러나 두사람이 나눈 대화내용을 곱씹어보면 아직은 정국정상화를 위한 출발점에 선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합의문에는 "큰정치" "생산적인 정책경쟁" "초당적 대처"등 화려한 문구들이즐비하다. 하지만 실제로 나눈 대화에서는 김 대통령이 인위적 정계개편을 하지 않겠으며 국회 529호 철폐의사를 밝힌 것을 제외하고는 의견일치를 본 것이 거의없다. 고문과 도청, 특별검사제, 빅딜, 국민연금, 제2건국운동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평행선을 그리며 상호입장을 밝히는데 그쳤다. 최대 현안인 정치개혁의 경우 당초 "상반기중"처리를 명시하려 했으나 이 총재가 난색을 표해 "조속히" 처리키로 하는 엉거주춤한 합의를 이루는 선에 그쳤다. 정치개혁 입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두 총재간의 이날 합의에도 불구, 여야 관계는 재.보선 등 서로간에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들 사안이 줄줄이 놓여있어 우여곡절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8일자 ).